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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의 새이름 디지털생활비(1)] 영화 보고 쇼핑하고.. 스마트폰은 디지털 시대의 지갑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0 17:48

수정 2016.09.21 19:37

통신비 개념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일상화 되면서 금융.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서비스 얻을 수 있어
통신비는 뜨거운 감자다. 해마다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통신비가 비싸다는 지적이 반복되지만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다른 국가와의 요금 비교 결과를 보면 우리 통신비는 오히려 저렴한 편에 속한다. 통신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통신비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통신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먼저다. 통신비 개념에 대한 재정립을 시작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면서도 우리나라 통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통신비의 새이름 디지털생활비(1)] 영화 보고 쇼핑하고.. 스마트폰은 디지털 시대의 지갑

#. 지난 추석 귀성길에 A씨는 막히는 길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으로 가장 빠른 길을 찾은 덕에 차 안에서 허비할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아낀 시간 만큼 A씨는 스마트폰으로 고향집 주변 맛집을 검색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음식점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 명절 음식장만으로 힘들었을 아내를 위해 A씨는 스마트폰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선물을 사고 편하게 집으로 배송까지 받았다.

음성통화 위주였던 이동통신 서비스가 데이터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스마트폰이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더이상 이동통신은 단순한 통화수단이 아니라 정보검색은 물론 운전, 쇼핑, 취미생활은 물론 음식배달, 모바일 민원서비스 등 생활 모든 부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결국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은 더이상 통신비가 아니라 동영상을 보는 여가비, 모바일 민원서비스를 이용하는 교통비, 음식 주문을 위한 식비를 포함한 디지털 생활비가 된 것이다.

■LTE 가입자,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 5GB 넘어

20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국내 롱텀에볼루션(LTE)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5.2GB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전인 지난해 7월 사용량은 3.9GB로 1년만에 평균 사용량이 1GB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난 것은 스마트폰으로 이용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 시청에 활용되는 데이터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웹포털을 통한 검색에 활용되는 데이터가 16.7%, 모바일메신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용되는 데이터도 15% 가량 된다.

제일기획이 지난해 실시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스마트폰 앱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23분이며 하루 평균 83.7회 앱을 실행한다. 여가시간에 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식당에서 식사를 할때나 화장실에 가서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본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서비스와 스마트폰은 의식주와 더불어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가 됐다"며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에서 나아가 다양한 사회, 문화, 경제적 활동을 위해 이용됨으로써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건만 간단히'하던 전화 NO!...금융.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만족도 높아

지난해 10월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이 발표한 '통신서비스 비용 및 편익 분석 최종 연구보고'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이미 단순히 음성통화와 문자 메시지 전송 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능보다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조사는 서울, 경기, 인천에 거주하는 20~59세 성인 남녀 300명에게 이동통신 서비스에 얼마의 요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조사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전통적인 음성, 문자 서비스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1만1120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월 평균 통신요금의 4만원 가운데 25% 정도만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지불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통신 서비스만 이용하는데 4만원을 내는 것은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동통신을 활용한 다른 서비스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더 높았다. 은행, 쇼핑몰 등 금융 서비스에는 2만5414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 강의 서비스에도 2만2056원을 지불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음악, 동영상,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도 2만1270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통신기능만 생각하면 통신요금은 비싸지만 다른 서비스까지 감안하면 통신요금이 비싸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하루 2000원으로 디지털생활을 즐긴다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요금의 적정선은 얼마나 될까?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세계 주요국의 통신요금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메릴린치, 일본 총무성, 코리아인덱스 등 정기적으로 국가별 통신요금 수준을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신요금은 매우 저렴하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은 대부분 월 6만원 정도의 요금에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도 하루에 2GB, 2GB 소진 이후에는 고화질(HD) 동영상을 무리없이 시청할 수 있는 3Mbps 속도로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하루에 2000원 정도면 음성, 문자, 데이터를 거의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비용이 하루에 2000원이라면 다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생활비의 관점으로 접근해보면 다른 생각을 할수도 있다.

서울대학교 김성철 교수는 "과거 통신비의 개념은 전화 통화를 하는데 필요한 비용이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문화 활동비, 편리한 쇼핑, 민원 해결 비용 등 간접적인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며 "스마트폰 보급과 사용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통신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통신비가 더이상 통신요금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생활을 위해 필요한 디지털생활비라는 것이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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