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논란쓰] "앉지마!" 임산부석, 오메가패치 주장은 사실일까?

조재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4 09:00

수정 2016.10.17 18:21

[논란쓰]

"앉지 마세요. 비워둬야해요" vs "앉았다가 양보하면 안돼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패치'의 아류로 등장한 '오메가패치' 기억하시나요? 오메가패치는 "원래 비워두는 것이 원칙"이라며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을 폭로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오메가패치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이 좌석에 앉아야 할지 비워둬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지하철을 타면 임산부 배려석에 일반 승객들이 타고 있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조재형 기자
지금도 지하철을 타면 임산부 배려석에 일반 승객들이 타고 있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조재형 기자

공익성은 뚜렷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공익성은 뚜렷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서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정확히 어떤 곳?

'핑크카펫'으로 알려져 있는 서울 지하철 1~9호선 임산부 배려석은 지난 2013년 12월에 도입됐습니다. 도입 초, 장애인·영아 동반 부모도 이용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임산부 대상으로만 좁혀졌습니다. 임산부들은 산모수첩을 갖고 1~9호선 지하철역으로 가면 '임산부 가방걸이·목걸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표식'을 지니면 핑크카펫에 앉을 자격이 주어집니다.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두는 게 원칙인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임산부 배려석은 '양보'가 원칙입니다. 하지만 양보 문화가 정착되지 않자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난달 17일 부터 서울메트로와 합동으로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죠. 이 캠페인은 오는 11월까지 진행돼 '한시적인 비워두기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올해 6월 말에 생긴 오메가패치의 주장은 와전된 결과물입니다.

시행 3년이 지난 임산부 배려석, 논쟁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조재형 기자
시행 3년이 지난 임산부 배려석, 논쟁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조재형 기자

■홍보해도 효과는 영..

담당 공사는 더 많은 홍보를 위해 안내방송도 하루 2회에서 6회로 늘렸지만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출근하던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출퇴근이나 평상시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안내방송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고 말했고, 고등학생 윤모 군은 "안내방송이 들리기는 하는데 효과가 많은 지 모르겠다"며 홍보 부족을 꼬집었습니다.

■시민들 호응 중요하지만..'맞춤형 시스템'을 고려할 때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호응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제도가 지지부진할 때마다 해명아닌 해명으로 나오는 말입니다. 선진국 소리 들을 수 있는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 중요하겠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이제는 다른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 사례를 한번 볼까요? 미국 버스는 휠체어 탄 장애인에게 전용칸을 만들어주는데요. 기사가 직접 일반 장애인석을 접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안전벨트까지 매주죠. 보행 장애인 상황에 맞춘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는데 우리나라도 일부 저상버스에 비슷한 시스템이 마련돼있습니다.

접이식으로 설치된 인천 지하철 2호선 휠체어석은 교통약자 배려석을 개선할 실마리를 담고 있다./조재형 기자
접이식으로 설치된 인천 지하철 2호선 휠체어석은 교통약자 배려석을 개선할 실마리를 담고 있다./조재형 기자

임산부 배려석도 맞춤식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임산부 전용 카드를 만들어 평상시 접혀 있는 임산부 배려석에 카드를 인식시킨 뒤 자동으로 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지하철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투입될 신형 전동차에 이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좌석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기존 전동차는 부산-김해 경전철이 진행하고 있는 '핑크라이트 캠페인'을 참고해 승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핑크라이트는 IoT 기술로 만든 '비콘'을 소지한 임산부가 배려석 근처에 있으면 분홍색 불빛이 들어와 자리를 양보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교통약자 특성에 맞춘 시스템이 늘어난다면 시민 의식도 점차 개선되지 않을까요?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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