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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의료기기 산업과 창조적 파괴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5 17:06

수정 2016.09.25 17:06

[차관칼럼] 의료기기 산업과 창조적 파괴

사회.경제.문화에 걸쳐 우리 삶에 큰 변혁을 일으키는 드론,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의 기술혁신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통해 이뤄진다. 창조적 파괴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1912년 발표한 '경제발전론'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기존의 낡은 기술은 파괴하고 새로운 생각으로 기술혁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창조적 파괴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끊임없는 등장은 기업가 정신이 발휘된 창조적 파괴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해 준다. 시계나 카메라, 컴퓨터의 기능을 한데 묶어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스마트폰, 전 세계인을 온라인으로 연결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람과 사물은 물론 사물과 사물까지 연결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운전자의 조작 없이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창조적 파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의료기기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거나 진단하는 장치를 넘어 눈이나 귀, 심장, 다리 등 인체의 특정 부위를 대체하고 있다. 수술 없이도 초음파로 몸속 종양을 제거할 수 있고 3D프린터를 활용해 두개골, 광대뼈 등 환자 수술부위에 맞게 맞춤 제조가 가능해졌다. 또한 의사의 손을 대신해 수술하는 로봇수술기, 몸이 불편한 환자의 재활에 도움이 되는 로봇슈트 등도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시력을 교정해주던 안경은 일상에서 건강 상태를 수시로 관리하고 IoT 등과 연결해 의료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등 새로운 세상과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과학기술 발달과 함께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의료기기 세계시장은 2015년 358조원에서 2020년 48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한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의료기기 산업에서도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를 이룰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융.복합 의료기기 등 유망 의료기기를 매년 20개씩 선정해 제품 개발을 위한 모든 주기를 맞춤으로 지원하는 '차세대 의료기기 100프로젝트'와 첨단 의료기기 등 제품 개발 단계에서 심사자료가 준비되는 대로 미리 심사하고 최종 허가신청 시 즉시 허가가 가능하도록 '단계별 허가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한 신의료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는 의료기기 허가 후 바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 허가와 보험급여 여부 확인, 신의료기술평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일원화해 통합 심사하고 있으며 제품의 시장진입 기간을 최대 390일까지 단축했다. 혈압.혈당 등 의료정보를 전송.저장하는 U헬스게이트웨이에 대한 품목 등급기준을 완화해 제품화와 동시에 판매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제품 개발뿐 아니라 수출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의료기기 연구개발 동향, 해외 허가정보, 통관 절차 등의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 통합정보뱅크(BANK)'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창조적 파괴를 위한 기술혁신의 싹이 트고 있다. 이런 싹이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어우러져야만 가능하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비상은 이미 시작됐다.

유무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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