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중앙은행의 변심이 갖는 의미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5 17:06

수정 2016.09.25 17:06

[데스크 칼럼] 중앙은행의 변심이 갖는 의미

중앙은행은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은행이다. 은행이지만 예금을 할 수도,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공과금을 내지도 못한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한국은행이다. 다소 이름이 어색해 보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중앙은행들이다.

생소했던 중앙은행들은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연이어 발생한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귀에 익은 은행이 됐다.
금리를 내리고 채권매입을 통해 자금(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을 펴면서 뉴스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돈을 풀어 급락하는 경기를 떠받치는 통화정책의 진원지여서다. 위기 때 구원투수 역할에 앞장섰던 중앙은행들이 변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면서 경기회복, 물가 끌어올리기에 앞장섰던 ECB가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더 적극적인 움직임은 유보했다. BOJ는 9월 회의에서 다소 혼돈스러운 정책을 내놨다. 기존 채권매수를 통한 유동성 공급대신 장단기 금리 차이를 활용, 시중에 돈을 푸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ECB, BOJ 모두 금리인하는 아예 손을 대지도 못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그동안 시도 때도 없이 추가 금융완화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양치기 소년'에 그친 것이다.

중앙은행을 앞세웠던 경기회복 정책의 물줄기가 바뀌고 있다. 우선은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채권매입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통화팽창,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라는 경제학적 연결고리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정책 수단도 한계다. ECB, BOJ 모두 매입할 국채가 충분치 않다.

부작용 우려도 높다. 자산 거품이 대표적이다. 세계 곳곳의 부동산 가격은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글로벌 시장은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경향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글로벌 자산가격이 경제호전 없이 급등하는 현상이 전개됐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가 통화정책 흐름에 강한 제동을 건 것이다.

주의깊게 봐야 할 곳은 연준이다. 연준은 지난 21일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12월 인상을 '현실화'했다. 연준이 강한 금리인상 신호를 내놓을 것은 회의 전 이미 예견됐다. 미국 정부를 대변하는 재무부도 큰 틀에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월 중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을 만나 경쟁적 통화절하를 피하자는 G20 합의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중앙은행 역할론의 한계 때문에 적극적인 돈 풀기 전략은 이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당연히 영향권이다. 다시 말해 한은의 역할은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통화정책의 한계는 재정정책으로 메워야 한다. 정부 지출 확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꼭 병행돼야 할 게 있다. 재정을 활용한 구조개혁이다. 대표적으로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몇 년 동안 실기했다. 정부가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구조조정을 하면서 체질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노동.공공부문 구조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아직도 노동시장 유연화와 청년고용 확대,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중요한 과제일 뿐 성과는 없다.
시기도 촉박하다. 내년 대선정국이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을 마치는 게 시급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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