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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걸 다..] “500원만 더 내면 3배로 드려요“ 음식물쓰레기 사실 분?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1 09:00

수정 2016.10.01 09: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0원만 더 내면 양을 3배로 주기 때문에 그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습니다. 바로 영화관 팝콘 이야기입니다. 유독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의 질타를 많이 받아 왔지만 여전히 가격 변동은 없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김병욱 의원이 팝콘 고가 판매를 문제 삼은 걸 보면 적당히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영화산업에서 3대 멀티플렉스 업체(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가 스크린수로 90.1%, 좌석수로 91.1%를 각각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8월에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이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했다”라며 팝콘 등 가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팝콘이 비싼지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가격 선택권이 너무 좁은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연대 신고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중간 용량(M) 가격은 4500원, 대용량(L) 가격은 5000원입니다. 양에 따른 선택권은 두 개 뿐입니다. 500원을 아끼려다가는 양이 1/3로 줄어듭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팝콘 중량은 종류에 따라 M사이즈가 52~93g, L사이즈가 150~290g입니다. 고작 500원에 3배나 차이 납니다.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대용량에 관심이 쏠립니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L사이즈를 몇 인분 이라고 생각할까요? CGV가 홈페이지 '티켓·팝콘스토어'에서 2~4인용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최대 4인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두운 곳에서 일행 4명이 일렬로 앉아 통 하나로 먹기는 번거롭기도 하고 집중에 방해도 됩니다. 중량이 4명 먹을 만큼일지는 몰라도 극장 이용 특성상 4인용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M사이즈를 2개 주문하자니 가격과 양의 차이로 보면 경제적이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관객 2명당 L사이즈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위에서 밝혔듯 L사이즈는 4인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큽니다. 그래서 많이 남을 염려가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면 안타깝게도 곧바로 음식물 쓰레기로 전락하는 일이 흔한 이유입니다. 결국 관객은 돈 주고 음식물 쓰레기를 산 꼴이 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행히 멀티플렉스 사업자들도 이 문제를 인식했는지 모범적인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중 롯데시네마가 가장 눈에 띕니다. 롯데시네마는 한국에너지공단 (전 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 2014년 9월 ‘에코백 나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일부 상영관에서 친환경 종이봉투를 나눠줍니다. 봉투에 남은 팝콘을 담아 가져갈 수 있으면 소비자도 좋고 음식물쓰레기도 줄기 때문입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활성화 됐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그런데 아쉽게 아직 5개관에 그치고 있습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현재 서울 4개관 부산 1개관에서만 실시 중이며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원칙을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약속에 따라 201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롯데시네마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금은 롯데시네마 단독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지와 아이디어가 좋은 프로젝트가 많은 상영관으로 퍼지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쨌든, 이런 캠페인으로 소비자 각성을 끌어내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지만, 판매 가격을 다양화하는 게 빨라 보입니다.
중량별로 선택권을 넓혀 먹을 만큼 살 수 있는 판매 구조를 만드는 게 경제정의나 환경적 측면에서 옳은 방향이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폐기물관리법은 제3조에서 ‘사업자는 폐기물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배출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라는 원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영화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업체들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팝콘 가격과 양을 더욱 세분화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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