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고보조금' 개혁 성공한 호주 정부 비결은..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9 18:08

수정 2016.09.29 18:09

지출항목 통폐합하고 주정부 자율성 확대
90개 넘는 국고보조금 항목, 5개로 대폭 축소 개혁 단행.. 재정책임성 확보 성과도
지난 9일 호주 행정수도 캔버라 재정국에서 열린 호주 국고보조사업 개혁 간담회에서 더럼 베넷(Durham Bennett) 호주 연방총리실 과장(오른쪽)이 개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래클런 앨비(Lachlan Alvey) 호주 연방재무부 전문관, 셔메인 에인슬리(Charmaine Aynsly) 호주 연방재무부 선임연구위원,
지난 9일 호주 행정수도 캔버라 재정국에서 열린 호주 국고보조사업 개혁 간담회에서 더럼 베넷(Durham Bennett) 호주 연방총리실 과장(오른쪽)이 개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래클런 앨비(Lachlan Alvey) 호주 연방재무부 전문관, 셔메인 에인슬리(Charmaine Aynsly) 호주 연방재무부 선임연구위원,
【 캔버라(호주)=김태경 기자】호주의 행정수도 캔버라는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45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지난 9일 방문한 이곳에는 약한 빗줄기가 흩날리는 가운데 조용한 시골마을을 연상시킬 정도로 고요했다. 이곳에는 호주 정부부처와 각 국가 대사관, 국회 등 정부와 관련된 모든 기관이 밀집해 있다. 우리나라가 이를 본떠 세종시를 만든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캔버라가 더 서쪽의 맬버른과 동쪽의 시드니 중간 지역에 위치한 것은 호주의 중심을 자처하는 양 지역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런 호주정부의 균형정책은 실제 집행되는 정책 곳곳에도 반영되고 있다.

■호주 국고보조금 사례 개혁 모델로 부상

호주 정부는 지난 2008년 90개가 넘는 국고보조금 항목을 5개로 대폭 축소하는 개혁을 단행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호주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역할과 책임의 불명확성, 공공서비스 품질의 저하,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 약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혁을 단행했다.

이날 호주 캔버라 재정국에서 면담한 래클런 앨비(Lachlan Alvey) 호주 연방재무부 전문관은 "개혁 과정에서 여러 협의가 중요한데 총리실, 재무부가 주도했다.

특히 총리, 주지사들과 함께 논의하는 테이블을 지속적으로 가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이해관계를 조정했다"며 "무엇보다 정부 의지가 중요하고 행정부 수반인 총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석한 더럼 베넷(Durham Bennett) 호주 연방총리실 과장도 "국고보조금 운영이 방만하다보니 효율성과 정부 책임성에 문제가 생겼다. 우선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중앙과 지자체를 규제, 관리하느라 갈등이 생기면서 주정부와 중앙정부 책임이 불분명해져 개혁을 시작했다"고 개혁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1000개가 넘는 국고보조금을 방만하게 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호주가 개혁의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2004년 533개에 달하는 국고보조금 정비를 단행해 359개로 축소했다. 그러나 2015년 912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구균철 연구원은 "이처럼 국고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각 중앙부처가 예산.조직.사업 확대를 통해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지대추구(기득권의 울타리 안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 활동을 경쟁적으로 하는 현상)행위가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며 "대상사업 숫자가 너무 많아 전체적으로 골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사중복 사업이 끊임없이 생길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고보조사업은 국가위임사무와 시책사업 등에 대한 사용범위를 정해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거나 재정상 원조를 하기 위해 교부하는 제도다.

■호주 정부의 뚝심이 빛난 개혁

호주 정부가 국고보조금 개혁을 단행하면서 내걸었던 보조금지급의 유일한 조건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상호 합의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 국가보조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호주 특정보조금 개혁의 핵심으로 간주된다. 90가지가 넘던 지출항목이 5가지로 통폐합되면서 주정부의 보조금운용의 자율성이 크게 신장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인 정책사업에 투입되는 90여개 특정보조금을 5개 정도의 포괄적인 보조금으로 통폐합하고 인구에 따라 배분, 주정부의 재정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특히 연방정부 간섭과 통제 수단으로 변질되기 쉬운 기존의 특정보조금사업 성과평가제를 폐지, 주정부에 미치는 연방정부의 불필요한 영향력을 차단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객관적인 평가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주정부가 연방정부가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게 하면서 주정부 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보조금 통폐합을 통해 확장된 재정자율성에 상응한 재정책임성을 확보한 것도 또 하나의 성과로 꼽힌다.


호주가 연방제 국가이긴 하지만 이런 특정보조금 개혁사례는 우리나라의 국고보조금 제도개선을 위한 방향설정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ktit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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