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재정의 ‘두 토끼 잡기'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셰익스피어는 고뇌와 실의에 찬 햄릿의 입을 통해 극단적 선택상황을 이렇게 간결하게 묘사한 바 있다. 이는 늘 2개의 상반된 목표 사이에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재정당국의 숙명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경기활성화냐 재정건전화냐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1. 1998년 외환위기

1990년대 말 무분별한 대출과 은행.기업의 부실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결국 외환위기를 야기했다. 약 17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과 경기대응을 위한 재정지원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1997년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에서 1999년 18% 수준까지 급등했다.

#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0년대 말엔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우리 금융기관 등에도 일부 문제가 있었으나, 동 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먼 파산 등으로 글로벌 금융대국인 미국에서 촉발되었다. 이번에도 정부는 약 6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며 시장을 안정시켰다. 국가채무는 2008년 GDP의 28% 수준에서 2010년 GDP의 31%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렇듯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급격한 경기하락을 막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이 상당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재정당국은 건전성을 회복해야만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재정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선 특히 갈수록 재정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재정을 통한 경제활성화와 재정건전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재무차관은 프랑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기보다는 감세를 통해 기업이윤과 세입을 확대하는 선순환구조 구축이 정책방향임을 강조했다. 또 노동개혁, 출산율 제고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국내 논의가 주로 증세를 통한 재원조달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해 프랑스는 민간투자 유도, 감세, 재정.노동 등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단기적으론 추경 등 확장적 재정운용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화법 제정 등을 통한 재정건전성 회복이라는 투-트랙(two-track) 대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재정건전화법을 통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재정수지준칙, 국가채무준칙을 마련하고 모든 재정운영 주체들에게 재정건전화 이행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이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출 확대는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므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탕 같은 것이지만 재정적자에 따른 국민부담은 만성병처럼 서서히, 또한 불특정한 대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사이에 자칫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부 유럽 국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책무이기도 하다.


경제활성화와 재정건전성은 결국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화와 균형의 문제이다. 현재의 저성장 기조에서는 두 마리의 토끼 중 한 마리만 잡는다고 살아남을 수 없다. 이를 위한 재정운용의 틀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