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日 롯데홀딩스 지분, 페이퍼컴퍼니에 팔아 수천억원 탈세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2 16:54

수정 2016.10.02 16:54

신격호 총괄회장 지분 자녀 등에게 편법 증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이 차명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에 헐값에 넘겨 증여 대상자들이 최소 1000억원대 탈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오래 전부터 경영권 분쟁 등에 대비,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친인척이나 지인 이름으로 보유해왔다.

검찰은 롯데 수사 과정에서 2003년 당시 국내 계열사 사장 L씨 및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오빠의 지인 C씨가 각각 롯데홀딩스 지분 3.25%(14만1130주), 2.96%(12만8300주)를 차명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같은 해 1주당 액면가인 50엔(약 500원)에 서씨가 대주주인 경유물산에 매각했다. 수천억원 어치로 평가되는 핵심 지주회사 주식을 불과 1억3000여만원에 판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2005년 이 주식을 서씨 모녀와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세금을 덜 내고 증여하는 방안을 찾도록 그룹 정책본부에 은밀히 지시, 채정병 당시 지원실장 등 정책본부 핵심 임원과 실무자들은 법무법인 도움을 얻어 차명지분을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 소유의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헐값에 매도하는 형태로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는 방법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롯데 측은 서씨 모녀를 위해 홍콩에 'China Rise'라는 유령회사를 세웠고 이 회사가 재출자해 싱가포르에 'Kyung Yu'라는 다른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앞서 L씨, C씨가 경유물산에 지분 6.2%를 넘긴 거래는 취소됐고 L씨 등은 싱가포르의 'Kyung Yu'에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액면가에 팔았다.

신 이사장을 위해서도 홍콩과 미국에 각각 모기업인 'Extra Profit Trading'과 자회사인 'Clear Sky'가 설립됐다. 이후 'Kyung Yu'가 'Clear Sky'에 신 이사장 몫인 롯데홀딩스 지분 3.0%를 매도 형태로 액면가에 넘겨 해외 유령회사를 대거 동원한 증여 절차는 마무리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에게 각각 3.2%, 3.0% 지분을 줬다는 친필 확인서가 발견됐고 롯데홀딩스가 정기적으로 'Kyung Yu'와 'Clear Sky'에 배당금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국내 거주자인 이들에게 증여세 납부 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도 세금 납부 없이 증여를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되 탈세액이 1100억원 가량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3000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전 부사장이 미국 컨설팅사에 회사 가치 평가를 의뢰한 결과, 지분 1%의 가치가 약 1000억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온 점에 비춰 6000억원대 가치의 주식 증여 과정에서 3000억원 이상 탈세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이에 따라 탈세 혐의로 각각 기소된 서씨와 신 이사장 재판에서는 탈세 규모를 놓고 검찰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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