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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노동생산성, 왜 점점 낮아지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4 17:16

수정 2016.10.05 09:56

[여의나루] 노동생산성, 왜 점점 낮아지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각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세계 경제성장의 회복이 더디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생산성이란 노동의 능률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에 투입된 노동력에 대한 성과로서 얻은 부가가치의 상대적 비율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대부분의 회원국들에서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고 회원국들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취업자수 기준)은 2001∼2007년 1.4%에서 2008∼2014년 0.4%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경우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위기 이전의 3.4%에서 위기 이후 1.9%로 둔화되고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은 최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둔화가 상대적으로 크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2000∼2010년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7.2% 증가했으나 2010∼2015년에는 연평균 1.2% 증가에 머무르고 2015년에는 -2.3%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노동생산성 둔화 원인으로는 먼저 투자부진과 기술혁신의 미흡을 들 수 있다.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 부진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의 증가율이 이전에 비해 둔화되고 있고 이는 경제의 노동생산성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 중심으로 수출 부진, 설비가동률 하락 및 유휴 설비의 확대 현상을 겪고 있다. 이는 관련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고 투자에 있어서도 기존의 노후설비를 교체하는 수준의 소극적 투자를 증가시키는 반면 생산설비 확충을 위한 신규 투자와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투자는 저조하게 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취업자수 증가가 50세 이상의 장년층에서는 늘어나는 반면 청년층을 포함한 50세 미만의 연령층에서는 정체돼 있고, 산업별로는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50세 이상의 장년층 취업이 증가하는 것은 최근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이 퇴직 후 숙박.음식, 운수 등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도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생산성 둔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산업구조 변화의 정체를 들 수 있다. 과거 1990년대 중반 이후 반도체, 컴퓨터,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발전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은 전체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한편 생산성 증가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며 산업의 발전과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유망 산업의 출현이 없고 기존의 주력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수출부진과 중국 등 신흥공업국의 추격으로 인해 정체 상태에 있는 실정이다.

향후 우리 경제의 노동생산성 둔화를 막고 경제성장의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기업의 설비투자와 기술혁신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미래 신기술산업의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해 모든 연령별.기능별에 적합한 일자리 중개기능을 확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분야에서 각종 규제의 개선과 투자 확대를 통해 서비스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의료,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의 지식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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