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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재건축 일정 최소 1~2년 늦어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6 18:20

수정 2016.10.06 22:32

압구정 재건축 24개 단지 6개로 묶어 개발
지구단위계획안 맞춰 새롭게 단지별 계획 세워야
최고 35층 층고제한 그대로 유지 주민들 강력 반발
지구단위계획 통해 체계적인 개발땐 주민도 이익
현대백화점 등 상업시설도 대대적 정비 가능해져
압구정 재건축 일정 최소 1~2년 늦어진다

압구정 재건축 일정 최소 1~2년 늦어진다


서울시가 압구정 아파트지구 재정비사업을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은 것은 개별 단지별로 추진되던 난개발을 막고 체계적인 개발 가이드라인을 세워 도시계획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서울시가 6일 공개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지정 및 계획결정안'을 들여다보면 24개 아파트 단지는 6개의 재건축 사업단위로 구분하고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주민들이 현상설계 공모 등을 통해 맞춤형 정비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또 압구정역 역세권과 중심상업시설도 지구단위계획안에 포함시키고 주변상권과의 연결성을 높이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압구정지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면서 체계적인 개발이 가능해졌지만 그동안 추진해오던 재건축 일정은 또 늦어지게 됐다.

더구나 아파트 단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최고 35층 제한 규정을 고수하기로 해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 말로 유예기간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 재건축 사업은 더욱 불투명해지게 됐다.

■현대백화점 등 상업시설 증개축 가능해져

서울시는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에서 지역 상권 조성을 위해 상업시설도 대대적인 정비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선 아파트 단지내 상가시설을 도로변에 배치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상가는 아파트 단지 내부에 위치해 외부인이 이용하기 어렵고, 주변상권과의 연결성이 부족했지만 시는 단지 상가의 위치를 옮겨 압구정역 역세권과 인근 로데오거리 상권 간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 SM타운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이번 지구단위 계획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아파트지구에 묶여 개발이 제한됐던 이들 상업시설의 증개축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별계획구역은 주거지역과 달리 별도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정하는 것으로, 서울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압구정의 대표 상업시설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지어진지 30년,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37년이 돼 개보수가 필요하지만 아파트지구에 포함돼 층고5층, 용적률 250%로 묶여있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SM타운 부지는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초고층 재건축 불허, 강남구.주민 반발

서울시는 이번 지구단위계획안에서 아파트 단지 24곳을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어 개발하도록 했지만 기존의 최고 35층 규정을 고수하기로 했다.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와 강남구, 주민 간 갈등이 커지고 이에 따른 사업도 많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에서 용적률, 높이, 구역별 공공기여 비율 등은 한강변관리기본계획 기준에 따른다고 명시했다.

특히 이번에 주거지역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것 역시 규제를 푸는 특별계획구역의 통상적 개념과 달리 35층 이내에서 창의적 개발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측은 "압구정 주거지역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층수규제 완화 보다는 디자인 설계 공모를 통해 창의적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층수는 주민공람과 의견수렴,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결정하지만 현재 시의 방침이 확고해 변경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강남구 "지구단위계획으로 재건축 일정 1~2년 지연"

당장 강남구가 반발하고 나섰다. 강남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전환으로 인해 재건축 추진의 사업속도가 1~2년 지연된다"면서 "한강변 35층 아파트 층수 제한은 건축 규제를 더욱 공고하려는 의도로 층수 완화를 원하는 주민 의견을 봉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압구정동 G공인 관계자는 "층수제한 완화는 재건축 사업성 확보를 위해 주민들이 간절히 바라던 것이었는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망하고 있다"며 "재건축 주민협의회를 중심으로 주민공람과 의견 수렴절차에서 층수제한 완화를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압구정 재건축 첫삽 지연 불가피할듯

이번 지구단위계획안 수립으로 압구정 재건축 사업 일정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아직 재건축추진위원회도 설립되지 않았고 관련 주민협의회만 등장한 상황에서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7년 말까지 유예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일정을 서둘러야 하지만 이를 피해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압구정 일대에서는 가장 덩치가 큰 구 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여러 주민협의회가 만들어져 재건축 사업 추진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영세 입주자대표회의 발족 재건축준비위원회 간사장은 이날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현재 기본 계획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크게 일정이 늦어질 일이라곤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공람공고 이후 한달간 주민 이의신청 기간이 있는데 내용에 타당성이 없으면 지난 2006년과 2009년 사례처럼 보이콧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탁방식 도입방안도 사실상 불가능해져

한편 정제택 전 현대아파트입주회장이 이끌고 있는 '새로운재건축준비위원회'는 초과이익환수제 이전 사업추진을 위해 신탁방식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구단위계획 도입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탁방식은 조합설립 절차 없이 진행할 수 있어 재건축 사업의 '패스트트랙'으로 여겨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압구정 아파트지구 재건축 일정이 늦어진다는 데에 동의하면서 시기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 부동산투자자문TF팀장은 "지구단위계획을 통해서 지역을 전체 재개발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게 당연하다"면서 "대신 전체를 계획적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완성도는 더 높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사업이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비계획에서 나타났던 여러 방안을 재점검하고 추가로 입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면서 "전국구 재건축 아파트로서의 입지, 부유층 랜드마크 입지로서의 가치를 더 높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