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한달 앞 美대선 '디지털 선거' 혁신 이룬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9 13:02

수정 2016.10.09 13:34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미국 대선도 지난 2008년에 이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총망라한 ICT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통령선거 1차 TV토론은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으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두 후보가 제시한 정책 해법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뤄졌다.

또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은 구글의 문서작성 프로그램 ‘구글독스’를 활용, 양당 후보의 토론 발언을 실시간 검증하는 ‘라이브 팩트체크’를 선보였다.

‘세기의 정치쇼’라 불리는 미국 대선이 ‘세기의 ICT쇼’로 진화하면서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미국인들에게 디지털 정치참여 통로를 열어주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대선은 내년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도 이른바 ‘디지털 정치’를 통해 국민 참여와 소통을 극대화, 유권자에 의한 시대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묘안을 찾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열린 트위터의 '미국 대선 TV토론회 특별 페이지'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토론회 실황 중계를 시청하며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직접 캡처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열린 트위터의 '미국 대선 TV토론회 특별 페이지'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토론회 실황 중계를 시청하며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직접 캡처

■트위터로 美 대선 TV 토론회 실시간 생중계
9일 주요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위터는 미국 블룸버그 TV와의 제휴를 통해 지난달 1차 토론회는 물론 오는 10일, 20일(한국 시간 기준)에 차례로 열리는 2, 3차 토론회도 실황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인들은 트위터의 미국 대선 TV토론회 특별페이지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토론을 볼 수 있다. 또 각 지역별 이용자들이 올리는 관련 트윗도 실시간 확인하며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특히 미국 대선 결과는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한글로 클린턴과 트럼프의 이름을 언급, 이들의 주요 발언과 정책을 다룬 트윗이 최근 3개월 간 약 26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트위터의 실시간 동영상 재생 애플리케이션(앱)인 ‘페리스코프’에서는 미국의 스페인어 방송 채널인 ‘텔레문도’가 미국 대선 TV 토론을 스페인어로 동시통역해 방송한다.

■SNS, 투표율까지 좌우하며 선거 영향력 강화
SNS와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한 대선주자와 유권자 간 쌍방향 소통은 지난 선거과정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유세 현장을 페이스북이나 스냅챗 등으로 실시간 공유하면서다. 특히 이들은 젊은 유권자와의 주요 정보 창구로 SNS를 활용하고 있다. 이때 2012년 대선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의 일상화다. 글자나 이미지가 아닌 현장 지지자들의 열기를 SNS로 실시간 전달할 수 있다는 데 이점이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정치 광고는 물론 자금 모집이 허용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용자의 성향에 맞춰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오디언스 인사이트’라는 마케팅 도구를 활용하면, 정치에 관심이 높은 이들의 선거 관련 글과 정치적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선거 결과까지 바뀌게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첫머리를 활용해 미 전역에서 펼치고 있는 ‘투표 독려 캠페인’은 소셜미디어와 친숙한 청년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힐러리 클린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페이스북이 SNS를 넘어 정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간편 결제로 정치자금 온라인 기부도 활성화
또 트위터와 모바일 결제업체 스퀘어를 만든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는 두 서비스를 결합, 지난해 9월부터 트위터 이용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자금을 기부할 수 있게 했다. 즉 정치인의 트위터 계정에 접속,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한 뒤 기부액을 정하면 된다. 이때 등록된 결제 정보는 이용자가 추후 다른 기부를 할 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장된다.

반대로 후보자들은 스퀘어를 통해 선거 운동 계정을 따로 만든 뒤, 정치자금 기부 등을 요청하는 메시지 창을 띄울 수 있다. 즉 트위터에 간편 결제 서비스가 녹아들어 정치자금 기부 플랫폼으로 거듭난 것이다. 국내에도 과거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박근혜 약속펀드(약 252억원)’나 ‘박원순 펀드(약 38억원)’ 등의 선거자금 공개 모집 플랫폼이 있었지만, 모바일 간편 결제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정치자금 기부는 트위터가 최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정치인과 선거캠프가 유권자들에게 e메일 등 온라인을 통해 기부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별도의 플랫폼을 개설할 필요도 없어졌다”면서 ‘위대한 혁명’으로 정의했다.

■방송사, IT 인프라 재정비…속보의 정확성 높여
신흥 미디어에 맞서 전통 대중매체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언론사들에게도 초대형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 미디어들은 선거 당일 미국 50개 주에서 쏟아져 나올 투표 결과 속보를 위해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있다.

일례로 세계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로이터 뉴스 에이전시는 최근 SAP의 ‘HANA 플랫폼’을 전면 도입했다. HANA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IMBD)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처리 플랫폼이다. 즉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디스크가 아닌 메모리 상에 색인을 넣어 저장하기 때문에, 관리자의 실시간 검색이나 정보 접근이 일반 DB보다 수만 배 이상 빠르다.

하루 10억 명 이상의 독자를 대상으로 뉴스를 전하고 있는 로이터는 HANA를 통해 전 세계 약 200여 지점으로부터 공유되는 각종 이슈를 취합·분석하고 있다. 이때 과거 30분가량 소요됐던 데이터 분석 시간을 단 30초로 압축하면서 속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국내 방송사들이 '고비용·고위험 콘텐츠'인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방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공동조사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한 글로벌 IT 업체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이어 2012년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것도 페이스북 등 디지털 선거의 힘"이라며 "유권자와 지지자들의 정보와 SNS 등 각종 빅데이터를 통합해 이뤄지는 개인 맞춤형 선거가 미국 정치 문화를 바꿔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스냅챗을 통해 젊은 세대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소통하는 것도 이번 대선의 특이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대선 전체 유권자 중 36% 가량은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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