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활력 잃는 국내기업, 해외 M&A 위축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9 17:39

수정 2016.10.09 17:39

사업재편.구조조정 등 국내 경기 불안 계속돼 5년새 절반으로 급감
저성장 돌파구 못찾아
국내 기업이 활력을 잃어가면서 글로벌 확장을 위한 해외기업 인수합병(M&A)도 위축되고 있다.

발등의 불인 국내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이 우선되어서다. 반면 해외기업의 국내기업 M&A 규모는 커지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규모는 해외기업의 국내기업 M&A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 간 M&A도 주요국에 비해 부진하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기업을 인수하는 경영권시장의 부재로 부실기업이 좀비처럼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동부, STX,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을 보면 기업이 곪을 대로 곪은 후 막대한 혈세투입 등 국가적 위기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추진여력이 쇠퇴하고 있다. 국내기업 간 M&A도 부족해 저성장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활력을 잃고 있다.

■M&A시장 부진…부실기업 혈세투입

우선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딜 평균 규모는 5~6년 새 절반으로 급감했다. 2009년 2238억원, 2010년 1582억원에서 2014년 789억원, 2015년 782억원이 됐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경제도 저성장 기조, 성숙기업 증가에 따라 M&A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다"며 "국내 M&A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전체 M&A시장에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규모는 2015년 4.3%다. 반면 해외기업의 국내기업 인수는 18.8%에 달한다. 4.3배 차이다.

국내 M&A시장은 양이나 질, 제도적 측면에서 미국의 1970년대 수준으로 후진적이란 분석이다. 특히 비효율적 기업 지분 공개매수로 경영권을 경쟁하는 '경영권시장'이 취약하다.

영미법 국가는 전체 상장기업 5% 내외가 적대적 M&A 대상이다. 이는 경영진에 잠재적으로 적대적 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우호적 M&A 99.9%, 적대적 M&A 0.1%다.

■선진국 비해 경영권 프리미엄 과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선진국보다 과도해 경영권시장 형성에 최대 장애다. 우선협상자 선정일 하루 전 종가와 실제 입찰가 간 차이로 측정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미국기업 M&A시 30%, 한국기업은 70%다.

이는 개인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이 높은 것과 연관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장기업 95%가 개인지배주주가 있고, 가족승계 전통 등으로 일감몰아주기 등 사적 이익추구 현상이 높다고 했다.

특히 40대 대규모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매출액은 2014년 기준 91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규모기업집단의 가족지분 합계는 3.5%에 불과해 대다수 주주(96.5%)는 소외되고 있다. 과거 기업가정신이 강했던 창업주 시절엔 기업의 경영권 방어 등이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창업주 시절엔 오너 중심 경영이 우리경제 고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저성장인 상황에 경험이 일천한 창업주 3, 4세의 경영권이 무조건 보호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부의 집중, 독과점 등으로 새 모험사업가의 출현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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