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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언론보도와 진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3 17:17

수정 2016.10.13 17:17

[여의나루] 언론보도와 진실

과거에는 각종 모임 등에서 현안 쟁점에 대해 논쟁이 벌어질 때 신문이나 방송에 무엇이라고 보도됐다고 하면 그 말로 대부분 논쟁이 종결되었다. 언론이 주요 현안 쟁점에 대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고 국민들이 언론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신문을 보거나 방송을 들어도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니고 더 헷갈리기 십상이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반대되는 기사가 너무나 많다. 언론기관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기사 내용이 너무나 다르다. 국민들도 자기가 보고 듣고 싶은 매체를 선택해 그들의 주장만 믿는다.


이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파동이 우리 사회 정치와 언론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김 장관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보도에 대해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의결이므로 일단은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 후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김 장관과 관련된 의혹들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1% 수준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렸다는 것도 우대고객으로서 1% 남짓 낮게 빌렸다는 것이고, 아파트 황제전세라는 것도 당시 주변시세가 모두 낮은 수준이며 특히 그 집이 1층인 점 등 주거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전세금이 저렴했다고 한다. 모친이 의료보호대상자가 된 것 등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는 의혹도 여덟살 때 부모님이 이혼해 계모 밑에서 자란 복잡한 집안사정이 있었고 그후 나름대로 친모를 돌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청문회 과정에서 알려져 야당 의원들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은 몰랐다는 것이다. 평소 보통사람보다 신문을 열심히 보는 편인 필자도 김 장관 의혹에 대한 진실 보도를 보지 못했다. 그동안 언론이 야당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크게 보도하면서, 그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다수 국민들은 김 장관을 부도덕한 인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의혹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해명되었다.

그러면 해임건의 명분은 무엇인가. 결국 장관 취임 후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이 지방대 출신이라 홀대받았다고 불평한 것이 해임건의 명분의 전부였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김 장관 해임건의는 무리였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에서 김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이 아니고, 그 결과 김 장관 해임건의가 무리라는 것을 제대로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

언론의 중요한 역할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다. 요즈음 보수, 진보 싸움이 치열해지다 보니 언론도 편가르기의 일원이 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시시비비를 가리면 결과적으로 한쪽을 편드는 모양이 되므로 양비론으로 얼버무리는 경우도 많다. 미국 대선에서 언론들은 대통령 후보들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통해 정확히 비판하고 있다.

언론은 거짓된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후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불합리한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듯이 부당한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설 등을 통해 비판해야 한다. 김 장관 해임건의로 빚어진 국정 혼란의 주원인은 민주당의 무리한 해임건의인데, 정작 민주당 지도부는 아무 책임이 없는 양 행동하고 언론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언론이 김 장관 의혹이 사실이 아니고 야당의 해임건의가 무리라고 지적했다면 최근의 국정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마저 편가르기에 휩쓸리고 양비론으로 진실보도를 외면하면 우리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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