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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넉달째 동결] 정부·한은 "내년 수출 좋아질 것" vs. 시장 "더 악화될 것"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3 17:42

수정 2016.10.13 21:51

한은 내년 2.8% 성장률
세계경제 교역량 증가
수출개선 근거로 꼽아
시장은 수출 악화 전망
주력 수출품목 생산 차질
각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은, 기준금리 넉달째 동결] 정부·한은 "내년 수출 좋아질 것" vs. 시장 "더 악화될 것"

[한은, 기준금리 넉달째 동결] 정부·한은 "내년 수출 좋아질 것" vs. 시장 "더 악화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과연 수출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찔끔' 낮추면서 그 근거로 수출 개선을 꼽아 주목된다. 지난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내년 3%대 경제성장률의 근거로 세계교역 신장에 따른 수출 회복을 지목하면서 경제팀이 내년 경제회복을 수출에 기대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장밋빛 전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갤럭시노트7 사태와 현대차 및 각종 파업으로 주력 수출품목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통상 분위기도 좋지 않아 수출이 악화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기여도 0.5p→0.9p 높아진다는데

13일 한국은행은 '2016~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내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하면서 내년에는 수출기여도가 올해 0.5%포인트보다 0.4포인트 높은 0.9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전체 경제성장의 3분의 1을 수출이 담당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 2.7% 중 수출기여도는 0.5포인트로 올해는 사실상 전체 성장의 20%도 견인하지 못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교역량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면서 "따라서 수출 여건도 올해보다 나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전망이 좋아지면 설비투자가 좀 더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내년 2.8% 성장이 낙관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전망에 반영한 전제치는 미국과 신흥국 성장률이다. 한은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1.5%에서 내년 2.1%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신흥국 경제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수출품목 중 유가인상의 영향을 받는 품목이 4분의 1 정도"라면서 "유가를 포함해 원자재 가격 개선은 우리 수출에도 직접적인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내년 한국 경제 상황과 관련, "올해 2.8% 성장, 내년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제교역 여건 개선이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제시했다.

■19개월 넘게 감소한 수출, 갑자기 좋아질까

하지만 최근 수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최근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사태가 아직 전망치에 반영되기 전이라는 점은 하방 리스크로 지목된다.

갤럭시노트7 사태나 현대자동차 노조파업이 진행되기 전부터도 수출은 지난 8월 한 달(전년 동월 대비 2.6% 증가)을 제외하곤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연속 감소세다. 주력 수출품목이 반도체 등 제조업인 만큼 전체 가동률 감소와 고용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수출 기여도가 크게 증가할 이유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성태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한은에서는 수출 개선의 근거로 세계교역신장률 개선(올해 2.3%→내년 3.0%)을 들었는데 이 부분이 불확실하다"면서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크게 좋아질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사태는 이번 전망치에 반영되기 전이다. 한은 장민 조사국장은 "전망시점에서는 생산 중단이 아닌 리콜 사태로 인한 차질"이었다면서 "갤럭시노트7 사태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추락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과 현실과의 괴리는 종종 발생한다는 점도 우려다. 2014년에도 한은은 이듬해인 2015년 수출기여도를 1.6%포인트로 예측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지난해 성장률 2.6% 중 수출은 0.1%포인트 기여하는 데 그쳤다. 믿었던 수출이 고꾸라지는 경우 경제성장률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시장은 올해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본다. 한은의 예측치보다 올해 성장률이 내려갈 경우 내년 성장의 출발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내년 성장률 자체가 내려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와 휴대폰의 해외판매 부진으로 플러스로 예상된 4.4분기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HMC투자증권은 갤럭시노트7 단종이 올해 4.4분기와 내년 1.4분기 수출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흔들리고 원유가격이 다시 낮아질 수도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현재 여건으로 볼 때 내년에도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장민권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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