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대우조선해양 일단 연착륙시켜야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6 17:00

수정 2016.10.16 17:00

김용민 금융부장 . 부국장
[데스크 칼럼] 대우조선해양 일단 연착륙시켜야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구조조정만큼 여간 부담스러운 일도 없는 듯싶다. 어떻게 결정하든 말이 많다. 이해 당사자마다 입장과 생각이 다른 데다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시장원리에 따라 원칙대로 한다며 기업을 죽이면 종업원은 물론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거센 저항에 부닥친다. 살려야 할 회사를 죽여서 일자리를 없애고 후폭풍에도 시달린다는 원성을 듣게 된다.
한진해운이 가까운 사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을 살리면 죽여야 할 회사를 살려 국민혈세를 낭비했다고 욕을 듣기 쉽상이다.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구조조정에 정답이 없다 보니 옳은 선택을 했는지도 알기 어렵다. 그래서 결국엔 책임론에 휩싸이기 쉽다.

요즘 금융당국이 그런 처지에 몰렸다. 조선 및 해운산업, 그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처리 문제가 금융당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사활과 관련해 그동안 기다리던 조선업계 컨설팅 보고서가 지난주 업계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조선산업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생산능력이 과잉이라는 지적이 많자 조선업계가 스스로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사에 의뢰한 보고서다. 당초 9월 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내용이 예민해서인지 공식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현재도 공식 발표를 미룬 채 컨설팅업체와 조선업계가 막판 조율 중이다. 발표는 이달 말쯤 가능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발표가 당초 예정일을 넘기면서 부정적 전망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실제로 조선업계를 통해 흘러나온 맥킨지의 보고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재무구조와 선박 수주전망 등을 감안할 때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퇴출을 권고한 셈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내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긍정적 분석을 기대했겠지만 실제 내용은 달랐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대와 다르더라도 맥킨지의 판단은 정답일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나온 해법 중에서는 비교적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고 있어 보인다. 정책당국자들이 외면하지 말고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다.

다만 여기에는 우리 경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빠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맥킨지의 보고서에는 대우조선해양이 퇴출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과소평가돼 있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매각.분할 등을 통해 퇴출되는 과정에서 협력사까지도 쓰나미 같은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발 금융 한파가 전 산업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기아자동차와 한보 사태 이후 터진 외환위기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결국 현 상태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퇴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조선산업을 구조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우조선해양의 연착륙이 필요하다. 연착륙을 시켜가면서 조선산업의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지금로서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맥킨지 보고서를 참고해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향은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연착륙을 더욱 강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여론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핵심전력은 남겨두되 나머지는 모두 줄인다는 사즉생의 각오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사명감을 갖고 다시 힘을 집중해야 한다.

yongmi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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