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게임 멀미약 먹고 테스트
시야 조절 통해 어지러움 개선
시야 조절 통해 어지러움 개선
가상현실(VR) 기기와 게임, 동영상 등 콘텐츠의 결합으로 일반인에게 대중화되면서 VR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는 잇따라 VR게임 신작들을 공개하면서 VR게임의 성장세를 활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엠게임 융복합사업본부에서 VR게임 개발을 이끌고 있는 김용준 본부장(사진)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면서도 유저의 호응을 이끌 수 있는 VR는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라면서 "VR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많은 VR게임을 계속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VR의 큰 장애요소로 꼽히는 어지러움을 기술적으로 상당히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내부적으로 VR게임을 개발하면서 매일 VR기기를 착용하고 있는데 일부 직원은 미리 멀미약을 먹고 개발하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테스트해본 바로는 시야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멀미를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VR 1인칭 슈팅게임(FPS)은 게임상에서 이동할 때 멀미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게임상에선 캐릭터가 순간이동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1인칭 시점의 VR게임 환경에서 시각적으로 캐릭터가 움직여도 정작 게임을 하는 유저가 그대로 있다면 그 차이로 인해 멀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VR게임에서 전투를 할 때 회전은 가능하지만 위치를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멀미 문제를) 기술적으로 풀어냈다"며 "엠게임의 프린세스메이커VR는 유저를 고정시키고 게임에서 집사와 딸은 움직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VR의 발전이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 영향으로 예상보다 앞당겨졌다고 분석했다.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발달로 VR게임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VR게임은 2014년 게임백서에도 언급됐지만 실질적으로 개발이 활성화되는 것은 2017년에나 가능할 것 같았다"며 "알파고 때문에 VR게임 개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여 회사에 빨리 VR게임을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실제 엠게임의 VR게임 연구는 정부가 VR 콘텐츠 개발을 발표하기 이전인 2014년부터 이뤄졌다. 본격적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사내 VR게임 개발이 진행되면서 주요 VR게임은 시연 단계를 넘어선 상태다. 모바일 게임 이후 새로운 플랫폼으로 VR게임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 1980년대 명작 PC게임 '프린세스메이커'를 기반으로 한 '프린세스메이커VR',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협약을 하고 진행 중인 '우주탐험 VR' 등을 개발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VR를 체험할 때 장비가 소프트웨어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이 컸다"며 "이후 오큘러스 리프트 DK2와 같은 장비 체험을 해보니 VR게임이 시장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2015년 게임백서 기술 파트를 집필할 만큼 이 분야 전문가다. 그가 2003년 집필한 '3D게임 프로그래밍'은 게임학과의 표준교재로 채택될 정도다.
2000년대 초반 게임 개발이 폭발적 증가하던 당시만 해도 학생들은 영어로 된 원서로 게임 개발을 배워야 했다. VR 연구원을 거쳐 LPG소프트라는 게임개발사를 창업했던 그는 개발 경력을 살려 게임디자인과 겸임 교수도 역임했다. 이후 콘텐츠진흥원에서 근무한 그는 게임 개발 프로그래머로 현장에서 활동하고자 공기업을 박차고 나와 게임업계에 다시 뛰어들었다.
김 본부장은 VR게임은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안겨줄 장르임을 강조했다. 지금과 같이 '수집→강화→합성→진화' 형식의 역할수행게임(RPG) 일변도에서 벗어나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장르가 VR란 설명이다.
그는 "VR는 영화와 비슷하다.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 앉아 고정된 상태에서 장시간 감독이 하는 얘기를 듣듯이 게임을 해야 한다"며 "기기를 뒤집어쓰면 시각과 청각이 차단되는 만큼 콘텐츠 제작자들은 VR에서의 공간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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