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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빠른 추격자' 전략 안 통한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8 16:59

수정 2016.10.18 16:59

올 초 전 세계 40여 개국 정상 및 글로벌 경제·비즈니스 리더를 향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언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그가 한국 기업과 정부, 국회를 향해 생존을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마치 쓰나미가 닥친 것과 같다"고 진단했다. 기존 1, 2, 3차 산업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기업과 국회도 민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밥 회장은 18일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특별대담과 일반인들을 향한 강연을 통해 잇따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구조를 조정하라"고 조언했다. 또 국회를 향해서는 "(국회가) 기업들의 디지털 변혁을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은 “제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 간, 산업 간, 서비스 간 경계가 없어지는 것인데 이를 방해하는 규제가 너무나 많다”며 “빅데이터 산업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규제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추격자 전략' 안통한다
슈밥 회장은 과거에는 의사결정권자들이 특정 쟁점을 연구하고 적절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급속한 기술 변화로 인해 사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기민하고 민첩한 통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규제가 기술의 진보를 발목 잡을 경우, 해당 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 전략’도 통하지 않을 만큼 창의성을 갖춘 선두그룹과 후발주자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138개국 중 26위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한국은 WEF 순위에서 2007년 역대 최고인 11위까지 올랐지만, 이후 매년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기업혁신 및 성숙도’의 경우 22위에 머물러 있다. 반면 스위스와 싱가포르, 미국 등 상위권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기업혁신 부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SW 경쟁력 강화해 도약의 기회 마련해야
다만 정부의 네거티브 규제 도입과 기업의 혁신성만 갖춰진다면, 한국도 제4차 산업혁명에서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슈밥 회장의 조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조선·철강·반도체·전자 등에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을 융합·발전시키면 제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ICT 융합을 통한 디지털 변혁이다. 여기에는 강력한 통찰력을 지닌 리더와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슈밥 회장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코딩 등 SW 교육 열풍이 일고 있다”며 “학교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말고 아이들이 인문학적 소양과 SW 경쟁력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과학기술 창조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학생을 길러야한다”며 “SW교육, 창의융합적 인재양성이 교육계에서 화두인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성 설정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평적·통합적 사고 갖춘 '시스템 리더십'
특히 그가 강조한 ‘시스템 리더십’은 수평적·통합적 사고에 기반한다. 일례로 자율주행차의 경우 자동차나 전자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산업과 도시 계획, 관련 보험 시스템 등 사회 전반에 패러다임을 바꾸기 때문에 유연성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리더십이 핵심이다.

또 가슴 속에 명확한 나침반을 갖고 비전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슈밥 회장은 “그동안 수많은 글로벌 리더를 만났고, 그들의 공통점은 비전과 가치,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방향을 설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도 재편될 것...노동시장 유연성 갖춰라"
슈밥 회장은 이날 오후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대담을 통해서는 일자리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의 대중화 등 현재 기술 혁신 속도를 고려할 때, 현재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동이 사회에 나와 갖게 될 일자리는 거의 70%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의사 및 변호사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분야의 전면적 개혁과 대중의 사고 인식 전환이 필수다. 이제는 대학을 졸업하고 특정 기업에 취직해 평생 먹고 사는 일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슈밥 회장은 "우버가 택시기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면, 기존 노동자들이 우버의 프로그램을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재훈련이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문제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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