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대학과 프랜차이즈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9 17:06

수정 2016.10.19 17:06

[차장칼럼] 대학과 프랜차이즈

현재 한국의 대학을 이해하려면 프랜차이즈를 떠올리면 된다. 프랜차이즈는 대개 본사가 가장 위에 있고, 그 밑에 몇 곳의 직영점과 다수의 가맹점이 있는 구조다. 보통은 가맹점보다 직영점 규모가 크다.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만큼 위치를 고르고 골라 매장을 차리고 그만큼 수익도 많다.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이 많아야 한다. 수익을 나눠 먹기 때문에 가맹점이 늘면 늘수록 본사에 이득이다.


■프랜차이즈와 유사한 대학 구조

이런 형태는 대학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교육부, 직영점은 국립대, 가맹점은 사립대로 비유할 수 있다. 직영점에 비해 가맹점이 훨씬 많다는 점, 직영점보다 인기 있는 가맹점도 많다는 점, 가맹점 간에 격차가 큰 점 등은 대학과 판박이다.

본사에 불만이 많다는 점도 프랜차이즈와 대학은 닮았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본사가 만들어놓은 인테리어만 사용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리뉴얼을 해야 한다. 가맹점주가 선택할 권한은 없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재정지원사업 등은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정량평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시설, 인력에 투자해야 하고 학사구조도 정책기조에 맞춰 바꿔야 한다. 특히 대학들은 '돈줄(등록금 인상)'을 막아놓고 투자를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한마디로 교육부라는 말만 나와도 한숨을 쉬는 게 현재 대학의 분위기다. 교육부가 대학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불통'에 대한 하소연이다.

■'불통' 닮지 않았나요?

이처럼 답답함을 호소하지만 대학 역시 마찬가지 비난을 받는다. 대학마다 학교당국의 일방적 행정에 반발하는 학생들 불만이 쏟아져나오며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단과대학) 사태도 학교 측의 일방적 행정이 도화선이 됐고, 서울대 시흥캠퍼스 역시 학생들을 배제한 채 실시협약을 밀어붙였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인문계열 축소, 이공계열 확대라는 학과구조 개편에도 '불통'은 공통적 화근이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정책에 속수무책인 학생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가 연상된다.

불통의 원인은 대학이 학생을 그저 '4년간 다녀가는 손님'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학이 눈치를 보는 것은 법인이나 교수들이지 학생이 아니다. 손님은 떠나도 주인은 남는다는 생각이 일방적인 정책을 부추긴다.
쏟아지는 파격적인 정책들은 학교 입장에서 다양한 시도 중 하나겠지만 학생들에게는 현실이다.

신제품을 내놓을 때는 항상 사전 조사를 한다.
이를 통해 수정하고 보완해 상품이 나온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프랜차이즈보다 못해서야 되겠나.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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