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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절벽 직면한 통신업계, 미디어 신시장으로 영토 확장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3 17:32

수정 2016.10.23 22:12

AT&T, 타임워너 인수.. 시장가치 360조원 달해
작년 위성방송사도 인수.. 유통망.콘텐츠 모두 갖춰
美 통신업계 M&A 가속
KT,미디어 매출 15% ↑
SKT, 미디어플랫폼 강화
LGU+, SO 인수 검토
성장절벽 직면한 통신업계, 미디어 신시장으로 영토 확장

성장절벽 직면한 통신업계, 미디어 신시장으로 영토 확장

성장절벽 직면한 통신업계, 미디어 신시장으로 영토 확장

AT&T가 타임워너 인수합병(M&A)을 선언했다. 두 기업 간 협상대로 합병이 완료되면 AT&T는 유.무선 통신서비스와 콘텐츠를 모두 갖춘 미디어시장 초대형기업으로 재탄생한다.

AT&T는 미국 이동통신업체 2위, 케이블TV 공급업체 3위 업체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 빅2 영화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뿐만 아니라 유료 케이블방송 HBO, 뉴스채널 CNN방송 등까지 보유하고 있다. AT&T의 기업가치는 2330억달러(약 266조원), 타임워너의 시가총액은 680억달러(약 77조6000억원)에 달한다. 합병으로 시장가치 약 36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탄생하는 셈이다.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의 M&A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전 세계 미디어 업계의 M&A 중에서도 가장 큰 협상이다.

이번 M&A는 성장이 멈춘 통신업계가 미디어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신사업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최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디어시장으로 영토확장을 노리고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미국 통신업체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케이블TV사업자(SO)나 위성방송 같은 유료방송 플랫폼을 인수하는가 하면, 미디어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로까지 M&A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시장이 포화되면서 최근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SO인 CJ헬로비전과 M&A를 시도한 바 있고, LG유플러스도 SO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공언하면서 국내 방송통신업계도 지각변동에 동참하고 있다.

■인수규모 97조원…합병 후 거대 미디어그룹 탄생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통신업체 AT&T가 854억달러(약 97조4400억원)에 미디어그룹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23일 합의를 마치고 이르면 24일 M&A를 발표할 예정이다. AT&T와 타임워너 M&A는 미디어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을 부를 전망이다. AT&T는 미국 이동통신시장에서는 2위 사업자로 지난해 위성방송인 디렉TV를 인수했다. 타임워너는 CNN, HBO, 카툰네트워크 등 유료방송채널과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를 운영하는 미국 최대 미디어콘텐츠 제공업체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기존 케이블TV 등을 해지하고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기반 동영상서비스(OTT)로 갈아타는 가입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는 경우가 많아 통신업체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타임워너 인수가 타결되면 AT&T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와 TV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 같은 히트작들을 대거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AT&T는 자사 이동통신 및 유료방송 가입자에게 양질의 타임워너 방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랜덜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회장)는 "영화나 TV 등 기존 매체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항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며 "이제 이런 현상이 모바일에서도 똑같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T&T, 디렉TV 인수효과

미국 방송통신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통신업체와 미디어업체 간 M&A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번째 대형 M&A가 완료됐거나 시도됐다. 규모의 경제를 꿈꾸기 위해 미디어업계 간 M&A도 진행됐다. 그에 따른 효과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AT&T는 지난해 위성방송인 디렉TV를 인수했다. 실제 디렉TV 인수 후 AT&T의 매출은 대폭 늘었다. 지난 7월 발표한 2.4분기 실적에서 AT&T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당시 스티븐슨 회장은 "디렉TV를 인수한 뒤 1년이 지났는데 기대치를 넘어선 결과가 나왔다"며 "AT&T 인수 후 디렉TV 가입자수는 100만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 말에는 모든 가입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해 콘텐츠업체 인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외에도 2011년에는 미국 최대 SO인 컴캐스트가 지상파 방송사인 NBC유니버설을 인수했다. SO 중 2, 3위였던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TWC) 간 합병을 지난 5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종 승인했고,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은 콘텐츠 보강을 위해 지난 7월 야후 포털사업부문 인수를 발표했다.

■국내 '합종연횡' 필요성 제기

국내에서도 통신업체가 미디어업계와 M&A를 해 시너지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통신업체들의 실적에도 미디어사업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KT는 지난 2.4분기 실적에서 별도기준으로 매출 4조2035억원, 영업이익 32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 12.9% 증가했다. 특히 미디어.콘텐츠 매출이 4709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것이다. KT는 지난 2.4분기에만 인터넷TV(IPTV) 가입자가 14만명 늘었다.


국내 2위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둔 SK텔레콤도 미디어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1위 SO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결정에 M&A는 무산됐지만, 추후 또 다른 M&A를 시도하는 등 미디어플랫폼 전략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3위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권영수 부회장도 지난달 23일 서울 한강로 소재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PTV 사업자가 SO를 인수할 근거가 마련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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