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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대량 구매제도' 시행 1년6개월.. 적용 '0'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3 17:58

수정 2016.10.2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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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vs. 알뜰폰 사업자 서로 "네 탓"에 실적없어
정부가 적극 해결 나서야
자체 전산망을 갖추고 있는 CJ헬로비전의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은 다양한 요금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 CJ헬로비전 모델들이 친구를 추천하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알리고 있다.
자체 전산망을 갖추고 있는 CJ헬로비전의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은 다양한 요금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 CJ헬로비전 모델들이 친구를 추천하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알리고 있다.

'데이터 대량 구매제도' 시행 1년6개월.. 적용 '0'

알뜰폰(MVNO.이동통신재판매) 서비스가 단순 '싸구려 이동통신'으로 전락하지 않고 유럽이나 일본처럼 특색있는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데이터 대량 구매제도'가 시행 1년 6개월이 다 되도록 단 한 건의 성과도 내지 못한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과 알뜰폰 사업자들이 서로 '네 탓' 만 하면서 정작 데이터 대량규매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은 데이터 대량구매제도를 통해 알뜰폰 사업자들이 특색있는 서비스 경쟁에 나서야 알뜰폰 시장이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도 투자에 시큰둥한데다 이동통신사들도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투자도 꺼리는 사업자들과 협상할 이유가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시행 1년 6개월, 실제 적용은 '0'

23일 알뜰폰 업계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데이터 대량구매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이 제도를 적용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는게 현실이다.

데이터 대량구매 제도는 알뜰폰 사업자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대량의 데이터를 도매로 싼 값에 구입해 기존 이동통신회사들과는 차별적인 요금과 서비스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동통신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이동통신 회사들이 소매요금보다 일정액 싼 값에 데이터를 판매하는 알뜰폰 대가구조가 달라져야 한다. 도매요금이 정확하게 책정돼야 하는 것이다.

또 알뜰폰 사업자들은 대량으로 도매 데이터를 떼와서 차별적 요금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상품개발과 과금시스템, 별도의 협력사 모집 등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동통신회사와 알뜰폰 사업자들은 서로 "먼저 투자해라", "도매 요금 먼저 낮춰라"고 책임을 미루며 데이터 대량구매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책임 미루기에만 급급한게 현실이다.

미래부 통신정책국 관계자는 "데이터 대량구매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사업자간 협의를 유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사업자들의 협의를 유도해 데이터 대량구매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유럽 알뜰폰은 톡장적 서비스...韓은 싸구려 이동통신으로 굳어져

국내 알뜰폰 서비스는 기존 이동통신 회사들의 소매요금제를 구매해서 재판매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미 이동통신사가 설계해둔 요금제를 그대로 가져와서 판매하기 때문에 독창적인 요금제를 선보일 수 없고 그저 '싸다'는 강점만 내세워 싼 요금제를 선호하는 일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유럽이나 일본 등 알뜰폰이 활성화된 국가의 알뜰폰 사업은 구조가 다르다.

구글과 네이버 라인이 유럽에서 대량으로 데이터를 구매해 구글 서비스에 접속할 때나 라인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제시한 것이나 일본에서 디즈니 요금제를 통해 디즈니 캐릭터에 열광하는 소비자를 가입자로 확보해 성공한 것이 데이터 대량구매의 성공사례다.


이 서비스를 위해서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요금을 설계하고, 가입자 서비스를 위한 자체 전산 투자를 해야 한다.

또 이동통신 회사들도 소매요금에서 일정금액을 뺀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의 알뜰폰 대가 체계를 개선해 데이터 원가에 일정금액을 더하는 방식의 '코스트 플러스' 방식의 도매요금제를 마련해야 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데이터 대량규매 제도의 걸림돌을 이동통신회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고 벌이는 논란이 끝나지 않는데 있다"며 "투자없이 사업하겠다는 알뜰폰을 육성하겠다고 나서는 정부의 입장이 과감하게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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