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년째 밥값도 못받는 우체국 비정규직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30 17:37

수정 2016.10.30 17:37

급식비 3년간 33억5000만원 미지급
매년 국감서 지적 했지만 예산 3년째 ‘0’..노조, 내년 예산 위해 ‘10만명 서명운동’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이 서울 소공로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비정규직 밥값 문제 해결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규직은 월 13만원의 식비를 받는 반면 비정규직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이 서울 소공로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비정규직 밥값 문제 해결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규직은 월 13만원의 식비를 받는 반면 비정규직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 직원과는 달리 밥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30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본부 내 직원 간 처우 격차 문제는 매년 국감 때 지적된다. 우정사업본부는 '다음해 예산에는 비정규직 직원 정액 급식비가 포함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을 뿐 관련 예산은 3년째 책정되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내년도 예산에는 밥값이 반영되도록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관련부처간 책임 떠넘기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비정규직 직원에게 지급하지 않은 급식비가 3년간 33억5000만원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실내에서 우편물 분류를 하는 우정실무원 식비만 따진 금액이다. 미래부는 2016년 예산안에 우정사업본부 내 상시집배원 등 다른 비정규직까지 감안해 급식비 113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으나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반면 정규직은 매월 13만원을 식비 명목으로 받고 있다.

이 같은 조직 내 직원 대우 차별은 우정산업본부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관리 규정에도 어긋난다. 해당 규정 5조는 '기간제 및 시간제근로자에게 해당 기관의 같은 종류 또는 유사한 업무에 근무하는 무기계약 및 통상근로자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 내 상시집배원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밥값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밥값은 단순히 식사비라는 개념을 넘어선 것으로, 인간으로서 권리를 찾는 시작점이자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공공서비스 내 비정규직들의 밥값이 수년째 '희망사항'으로 자리잡은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밥값이 마냥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세상이 되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부처와 형평성 고려해야"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와 기획재정부는 우정사업본부 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노력 중이라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내년도 예산에는 관련 예산이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2014년부터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을 요청하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 자체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다른 기관 비정규직과 형평성 때문에 우정사업본부에만 급식비를 따로 책정할 수 없지만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밥값 등을 감안하는 데 전체적인 처우개선율을 따져봐야 하고 세부항목만 놓고 볼 수는 없는 문제"라며 "우정사업본부의 경우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아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처우 개선을 하기로 한 부분이 있어 해당 예산은 반영하고 있고 이것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자체 해결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획재정부 산하 비정규직은 급식비를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져 부처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전국집배노동조합 관계자는 "10만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반드시 밥값을 쟁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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