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턴發 '원화채권 엑소더스' 외국인 보유비중 금융위기 수준

'채권시장 큰손' 템플턴 3분기에만 1조7000억
태국銀 1조 안팎 순매도 外人 비중 5%대로 하락

'원화채권 매력이 떨어지면서 외국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올 초 원화채권을 3조원 안팎으로 팔아치운 미국계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이 3.4분기 추가로 1조7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또 태국 중앙은행도 1조원 안팎으로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탈출(엑소더시)'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올 연말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강세에 따른 원화약세를 점친 외국인들이 환율방어 차원으로 원화채권에 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外人 비중 2008년 수준 추락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프랭클린템플턴은 1조7000억원(14억8000만달러) 정도를 팔아치우면서 9월말 현재 원화채권 5조9000억원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보유규모인 26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3년간 20조원이나 순매도한 것이다. 올 초 3조원 순매도에 이어 9월 1조7000억원 어치를 매각했는데 연말까지 원화채권의 비중은 5조원 이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올 초 프랭클린템플턴과 달리 원화채권을 매집해준 태국 중앙은행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원화채권에 대한 전략 노선을 바꿨다. 그동안 중앙은행들 중심으로 1년 이상의 중장기채를 매입하던 전략을 버리고 프랭클린템플턴처럼 원화채권을 매도하고 나선 것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 10월 중에 1조원 수준의 원화채권을 순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에는 태국 중앙은행에 이어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원화채권을 매도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비중도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지난 2010년 74조2000억원이었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비중은 계속 늘어 지난 2014년말 100조4000억원, 지난해 101조4000억원으로 순투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 2월 프랭클린템플턴의 순매도로 96조8000억원으로 줄더니 9월말 95조2000억원, 10월에는 93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비율도 전체 채권 중 6.5~7%를 유지해왔지만 지난 9월말 처음으로 5.9%로 떨어졌다. 10월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5.5% 수준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2008년말 외국인의 채권보유 규모는 47조1000억원으로 보유비율은 5.52%였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신흥국 중앙은행 매도 가담 우려

이같은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투매 현상에 대해 원화채권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분석과 각국의 환율방어 전략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첫 번째는 단기채를 매도하는 대신 중장기채를 매수하는 만큼 포트폴리오 조정의 과도기로 봐야 한다는 의견인데, 프랭클린템플턴이 원화채권 보유잔액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는 동안 5년물 중심으로 순매수가 집중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랭클린템플턴의 원화채권 평균만기가 올 초 0.76년에서 3.4분기 3.1년까지 확대됐다"며 "환베팅보다 이자베팅에 따른 수익률 회복에 나선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랭클린템플턴에 이어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원화약세를 점치고 환율방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태국 중앙은행은 국왕 서거 등 정치적 변수에 따라 바트화가 한때 폭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강 연구원은 "태국은 지난 1997년 우리와 마찬가지로 환율급락에 따른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학습효과에 따라 환율 방어 차원으로 원화채권을 매도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원화채권 매도세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이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약세로 원화채권 매력이 반감되는 만큼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투매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금투업계의 분석이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