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남을 위해 봉사? 이젠 도망치고 싶다" 사회복지사의 눈물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5 09:00

수정 2016.11.05 10:41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복지사
"남을 돕는 일이 의미있어 시작했지만 이제는 도망치고 싶습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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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복지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복지’가 외면받고 있다. 독거노인,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장애인,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지원할 사례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의 복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복지는 고사하고 폭언·폭행·성추행 등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가슴 철렁한 하루를 보내기가 다반사다. 지난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전국의 사회복지사 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사는 635명으로 20.5%에 육박했다. 욕설, 저주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회복지사는 1,365명으로 43.6%를 차지했다.

하지만 피해가 발생해도 사회복지사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 외에 특별한 대안은 없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폭언·폭행·성추행을 당했지만 피해 해소를 위한 혜택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또한 피해경험자의 81.4%는 피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외계층의 복지향상을 위한다는 사명감만으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기에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

흔히 사회복지사를 ‘남을 위해 봉사하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어려움에 처한 의뢰인을 만나 그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를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 분석해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다. 물론 사회적 약자에게 선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사회복지사=착한 사람’이라는 공식을 대입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업무 특성 상 클라이언트를 지속적으로 응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극심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 결과 사회복지사는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직업 30선’ 중 19위를 차지했다.

인천 소재의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이재현(가명·31)씨는 “일을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을 느낀다”며 “남을 돕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사회복지사가 됐지만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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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된 업무·낮은 임금으로 불안정한 삶

지난 2013년 4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이 '업무과다'를 이유로 자살을 택했다. 사회복지서비스는 확대되는 반면 이를 전달하는 인력의 증원이 지체되면서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한 탓이다.

사회복지사는 야근은 기본이고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할 수밖에 없다. 연차, 휴가사용은 머나먼 꿈이다.

'일한 만큼 적절한 보수를 받고 싶다'는 사회복지사의 작은 바람도 이미 사치가 돼버렸다. 2014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보수수준 및 근로여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55%가 맡은 일의 강도에 비해 보수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직사유로 '보수가 낮아서'가 30.7%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16년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보면, 1호봉 기본급 권고기준이 사회복지사의 경우 월 1,639,000원, 선임사회복지사는 월 1,797,000원, 과장급은 월 1,918,000원, 부장급은 월 2,123,000원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실제 사회복지사 임금은 이 기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국가인권위는 사회복지사의 임금 수준이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 임금의 약 80% 수준에 불과하며, 근속 및 경력기간도 타 직종에 비해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012년 1월 1일부터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라 복지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임의적인 사항들만 있을 뿐,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복지예산은 올해 123조 3981억원으로 100조를 넘어섰지만 정작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복지는 찾기 어렵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최영광 기획실장은 “지자체 재정자립도에 따라 사회복지사 임금 편차가 심하다”며 “사회복지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는 복지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복지부가 발표한 사회복지사의 기본급여 가이드라인의 준수를 위해서는 급여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강력한 시행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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