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논란쓰]입양특례법, 학대 막는 방패인가 입양 막는 덫인가

조재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5 09:00

수정 2016.11.05 09:00

국내외 입양 현황 그래프를 보면 2012년부터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입양 현황 그래프를 보면 2012년부터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입양특례법, 입양 감소·영아유기 증가..학대 방지 효과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입양현황 통계를 그래프로 만들어봤습니다. 보이시나요? 5~6년 전 2천명 대를 유지하던 전체 입양아 수는 2012년을 기점으로 2천 대가 붕괴되고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1,057명을 기록합니다. 2010년에 비해 약 60% 감소한 수치죠. 같은 기간 국내 입양은 53%, 해외 입양은 63% 감소했습니다.

2012년부터 영아 유기 수가 급증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2012년부터 영아 유기 수가 급증했다.

두 번째 그래프는 같은 기간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을 나타냈는데요. 역시 2012년을 기점으로 그래프가 큰 폭으로 벌어집니다. 수십 명 정도였던 영아유기가 지난 2013년부터 평균 200명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 그래프에 공통적으로 변화를 가져온 2012년. 그해 8월에 입양특례법이 개정됐습니다.

[논란쓰]입양특례법, 학대 막는 방패인가 입양 막는 덫인가

■9단계 입양절차, 20여 가지 구비서류=철저한 검증? 효과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를 해야한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해외 입양보다 국내 입양을 우선시하고, 양쪽 부모가 아이를 학대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을 때 입양시킬 수 있습니다. 입양아 학대와 잔혹한 범죄를 막고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 졌죠.

하지만 국내 입양은 앞서 보셨다시피 둔화됐습니다. 입양절차는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이죠. 아래 표를 한번 볼까요? 마음으로 아이를 낳으려면 9단계 절차를 거쳐야합니다. 서류도 재산증빙서류, 범죄/수사기록조회서 등 20가지 넘게 준비해야하죠.

[논란쓰]입양특례법, 학대 막는 방패인가 입양 막는 덫인가

입양아 대다수는 미혼모 자녀들입니다. 법 개정을 통해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서 입양을 꺼리는 미혼모가 늘었죠. 기록이 남으니까요. 육아를 결심하는 미혼모들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미혼모로 생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냉혹한 현실을 견디지 못한 미혼모들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립니다.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논란도 있지만, 베이비박스가 없었을 때 어린 엄마들은 화장실이나 쓰레기장에 아이를 버렸습니다.

■입양특례법, '입양아 학대' 잘 막고 있나?

입양특례법의 두 가지 목표 중 국내 입양 활성화는 이미 실패했습니다. 그러면 입양아에게 가해지는 양부모의 폭력은 잘 막고 있을까요?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인 2011년과 개정 이후인 2015년 통계를 비교해보겠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입양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2011년 30건, 2015년 34건입니다. 첫 번째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11년 국내 입양아는 1548명, 2015년은 683명입니다. 한눈에 봐도 입양아 대비 학대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는 신고되지 않은 케이스가 더 많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입양특례법 개정이 입양아 학대를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합의입양아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입니다. 지난 9월 양아빠에게 살해된 포천 입양아 A양은 2014년 9월 친모와 양부모 간 합의하에 입양됐습니다. 이런 민간 입양은 입양특례법 규정을 따르고 있지만 형식적인 것 같은데요. A양의 양아빠는 가족을 부양할 만한 재산이 없고, 사기·폭력 등 전과 10범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입양을 허가했고 사후 관리는 전혀 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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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입양아는 관리대상이 아니다?

이 사건 이후 포천시 가족여성과 관계자가 남긴 말은 충격적입니다. "민간 입양아는 관리대상이 아니다", "이 어린이가 입양아인 것은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지자체가 합의에 의한 민간입양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법원은 '아동 인권보호' 차원에서 민간 입양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담당 부처도 해당 지자체도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태죠. 그런데 아동 인권을 보호한다던 법원은 왜 양부모의 전과를 등한시하고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았을까요?

입양특례법 개정 취지는 분명 좋습니다. 부모와 떨어진 아이가 학대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하지만 현재 법령은 입양을 둔화시키고 입양아 학대를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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