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주택시장 2006년 '데자뷔' 될까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3 17:05

수정 2016.11.03 17:05

[데스크 칼럼] 주택시장 2006년 '데자뷔' 될까

#1. 지난달 19일 경기 용인시 동천동에 위치한 한 견본주택 앞에 두툼한 파카에 장갑, 이불까지 두른 한 무더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금세 100명 넘게 긴 줄이 생겼다. 이들이 이렇게 중무장한 것은 동탄2신도시 SRT 동탄역 바로 앞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동탄역 푸르지오시티'를 분양받기 위해서다. 해당 건설사가 21일 견본주택을 열고 선착순으로 계약을 받기로 하자 이틀 전부터 아예 노숙을 하기로 한 것이다.

#2. 최근 대학생들이 신규 청약시장의 새로운 참여자로 등장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열풍에 분양권 프리미엄이 수억원까지 붙어 '로또'가 되자 대학생들도 한몫 잡아보자고 뛰어든 것이다. 투자금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오피스텔은 물론이고, 분양가가 거의 7억~8억원에 달하는 재건축 일반분양 아파트에 뛰어드는 용감한 학생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목표는 한 가지다.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면 계약 후 되팔아 큰돈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요즘 주택시장은 대표적 과열기로 기억되던 2006년과 참 많이도 닮아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혹독한 외환위기를 지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거치며 해마다 연평균 5% 이상의 비교적 견실한 성장을 거듭했다. 다시 돈이 돌기 시작했고 지은 지 30년이 다 돼가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재건축 열풍에 휩싸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당시로서는 비싸지 않은 4.5%였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 안팎에 불과해 부담이 적다보니 서울 수도권 지역에 자금이 계속 몰렸다. 이로 인해 2006년 아파트 값 상승률은 서울이 31.1%(부동산114 기준)에 달했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는 1년 만에 두배가 오르기도 했다.

이러자 정부가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을 쏟아냈다. 이 중 '3.30 부동산대책'을 비롯해 '8.31 부동산대책' '11.15 부동산대책'은 주택시장의 흐름을 바꿔놓는 초강력 대책이었다. 융단폭격을 맞은 주택시장은 몇 개월 후인 2007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전국 집값은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때다.

지금 주택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로 갈 곳 없는 뭉칫돈이 자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일반 투자자는 물론 젊은 대학생들조차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택시장을 기웃대고 있으니 "이제 끝물"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정부가 3일 전매제한기간을 대폭 늘리고, 신규 청약시장도 실수요자 위주로 바꾸는 내용의 '1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으로 과열 양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얼마나 이성을 찾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주택 수요자들은 이제 주택정책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 자꾸 2006년 이후가 데자뷔(처음 본 것을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현상)된다.
내 예감이 틀렸으면 너무 좋겠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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