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최순실에 강해지는 사회를 위해

온 세상이 최순실 게이트로 시끄럽고, 모든 추문이 그 문을 열고 나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대통령 혹은 국정이 최순실에게 농락당하고 다수 엘리트와 권력층이 최씨에게 이용당한 것일까? 하지만 권력이 최씨 일가를 이용한 것인지, 최씨가 국정을 농단한 것인지는 마치 알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를 다투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 와서는 최씨가 대통령과 현 정부에 누를 끼친 결과가 됐지만, 최씨 일가는 부정한 금전일지 몰라도 물심양면으로 어렵던 시절 전직 대통령의 딸을 도우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대통령이 사교(?)에 빠져 최씨에게 이용당하고 주변의 몇몇이 보좌를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은 자칫 최씨를 희생양으로 하여 무분별하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국민이 재벌 때리기에 박수를 치고, 검찰의 칼날이 재벌의 중심을 향할 때 최씨는 조용히 웃음 지었을 것이다.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는 최씨에겐 최적의 환경이었고, 정부 권력으로 재벌을 통제하라는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는 엉뚱하게도 그 외침보다 더 크게 정권의 비리를 도와준 셈이다.

필자는 얼마 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재벌'을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라고도 했지만, 이번 정부 들어 규제개혁을 외치면서도 재벌 줄 세우고 감옥 보낼 규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고 바로 그런 힘이 최씨 일가 비리의 원천이 됐다. 세월호 참사를 빌미로 각종 정부 유관기관 자리를 청와대가 좌지우지할 수 있게 했고, 결과적으론 최씨의 전횡에 일조했다. 피의자로 조사받는 청와대 수석이나 자신들은 모른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관계 장관들, 최씨 재단 모금에 대한 비난이 터지자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의법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던 총리, 입으론 시장주의를 외치며 권력에 기대 이권을 얻어내려 한 재벌들이나 수금을 대행한 전경련까지. 이들은 최씨에게 협조하면서 함께 권력을 즐긴 것이고, 최씨는 공직에 있지도 않았으니 어쩌면 직권을 남용한 것은 최씨라기보다 그 협조자들이다.

그나마 최근 언론들이 최씨의 비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최씨 관련 태블릿PC를 최초 보도한 jtbc 시청률이 지상파 방송사의 뉴스를 추월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나.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대기업도 시청자가 외면하는 미디어를 계속 지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언론도 소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틈만 나면 민생과 애국을 외치는 이들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시장과 소비자 중심 사회가 사회정의를 지킨 것이다.
비교적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과 입학에 대한 관심이 최씨 일가의 비리를 낱낱이 드러냈고,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민정비서실은 비리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자유롭게 경쟁하는 사회 소비자의 힘이 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최씨 일가의 비리와 같은 것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건강한 민주사회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다. 검찰 권력을 틀어잡고 국가 기강을 잡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최순실은 다시 돌아온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