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장기파업 '철도원' 근무현장으로 돌아가길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6 17:07

수정 2016.11.06 17:07

[데스크 칼럼] 장기파업 '철도원' 근무현장으로 돌아가길

사람 몸속에 있는 전체 혈관의 길이는 13만㎞ 정도다. 몸속 혈관은 동맥과 정맥, 모세혈관으로 나뉜다. 혈관은 우리 몸속의 거대한 철도망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전체 철도 길이는 3828㎞다. 혈관 길이의 33분의 1가량.

정맥은 온 몸을 돌고 심장으로 귀환하는 혈액이다. 철도로 보면 서울 기준 상행선. 동맥은 심장으로부터 밀려나오는 혈액이다.
철도로 보면 서울 기준 하행선. 모세혈관은 동맥과 정맥 사이를 연결하는 가는 혈관이다. 철도로 보면 간선이나 지선인 셈.

사람은 혈관이 막혀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신체 일부가 마비되거나 사망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몸에서 혈관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근 '국가적 혈관'인 철도망이 일부 막혀 물류.교통 위기를 맞고 있다.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이 6일로 41일째를 맞았다. 역대 최장시간 파업이다. 전체 열차 운행률은 평시의 81.8%에 머무르고 있다. 열차가 평시의 2912대에서 2382대로 줄었다. 화물열차는 249대에서 98대로 줄어 운행률이 39.4%로 떨어졌다.

파업 장기화로 국민은 불편과 함께 안전에까지 위협을 느끼고 있다. 철도물류 차질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시멘트 철도수송 차질 물량이 40만t(3000억원가량)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철도마저 '폭주 기관차'처럼 파행을 거듭,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철도 파업의 시발점은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이다. 성과연봉제란 입사 순서가 아닌 능력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박근혜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과제 중 하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장기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철도노조가 내세운 성과연봉제 반대 명분은 평가기준의 모호성을 비롯해 직원 줄 세우기식 퇴출, 협업을 저해하는 무한경쟁 체제, 공공성.안정성 훼손 등이다. 이는 철도노조 구성원 입장에서는 제기할 만한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렇지 않은 분위기다. 철도사업이 성과연봉제라는 처방을 써야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코레일의 금융부채는 11조원가량이다. 그런데도 코레일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가량에 이른다. 코레일은 인건비 비중도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 파업이 '고임금 노조원의 기득권 지키기'로 비칠 수 있는 이유다. 이제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철도원이 있어야 할 곳은 근무 현장이다. 국민의 안전과 경제가 볼모가 될 수는 없다.
문득 사랑하는 가족을 포기하면서도 철도역장으로서 평생 현장에서 사명을 다한 한 남자의 인생을 그린 '철도원'이라는 일본 영화 속 대사 하나가 떠오른다. "아빠(주인공)는…네(딸)가 죽었을 때도 플랫폼에서 눈을 치우고 있었어. 이곳 책상에서 일지도 썼지. '금일 이상 무'라고".

hwyang@fnnews.com 양형욱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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