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최순실 게이트와 권력의 공공성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0 17:16

수정 2016.11.11 10:10

[데스크 칼럼] 최순실 게이트와 권력의 공공성

이게 나라인가? 이게 민주주의를 이뤄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나라꼴이란 말인가.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은 마비됐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탄식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리 헌법(제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포하고 있다. 공화제는 여러 사람이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체제로,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이 공화제의 핵심은 바로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이기적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가치관과 제도로 뒷받침된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통치행위에서 정부 공공성 원칙이 처참히 유린당했다는 점이다.
기업의 궁극적 존재 이유가 사적이윤의 극대화에 있다면, 국가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취임선서를 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의 공공성을 잘 관리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음습한 무속인 냄새를 풍기는 강남아줌마의 국정농단을 자처하며 권력을 사유화하고 말았다.

최순실 주변의 비선실세들은 약점이 있는 대기업을 골라 그들의 팔을 비틀어 자금을 모금하고, 정상적 상거래가 이뤄진 기업을 권력을 등에 엎고 강탈하려했다. 자신들의 이권을 관철하는데 방해가 되는 공직자는 대통령의 힘을 빌려 날려버렸고, 측근들을 고위공직에 거미줄처럼 포진시켜 놓고 호가호위를 일삼았다. 국가의 주요 정책과 문서가 비선들에게 사전에 흘러들어가 국정의 거의 모든 부분이 농락당했다. 이들을 차단하고 벌해야 할 대통령은 오히려 이들을 방조했거나, 불장난에 놀아났다.

지난해 12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유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던 박경천 전 경정은 수사 도중 "우리나라의 권력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경정의 이 같은 경고를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의 황당한 얘기로 치부해버렸다. 그러나 이때부터 비선실세들의 권력농단은 이미 극에 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위 '문고리' 3인방과 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심신을 조정하는 꼭두각시 놀음에 부역을 서슴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는 압축성장한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의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공공성은 지도자의 도덕성과 희생을 원칙으로 한다.

지위와 권력, 명예를 지닌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다른 사람들이 받지 못한 것을 특별히 누리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피나는 노력을 해서 얻은 대가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희생 없이 내 노력만으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받은 특혜에는 반드시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따라야 한다. 특혜받는 사람들의 도덕적 모범과 희생이야말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초래된 성난 민심의 바다에서 그나마 헤쳐나올 수 있는 길은 모든 걸 내려놓는 큰 결단을 스스로 내리는 것밖에 없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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