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국정농단 사태, 구호와 함성을 넘어야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3 17:46

수정 2016.11.13 17:46

[데스크 칼럼] 국정농단 사태, 구호와 함성을 넘어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주말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청와대 코앞에서 하야를 외치는 촛불집회를 보고 진퇴를 고심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도 아닌 '원칙'과 '약속'의 대통령으로 각인된 스스로가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돼 나타난 이런 가치의 붕괴에 가슴을 칠 수도 있겠다. 사회 전반의 집단 우울증과 분노에 견딜 수 없는 자책감으로 몸살을 앓을 법도 하다.

한편으로는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예상되는 '트럼프 리스크'를 이용해 현재 국면을 벗어날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미국은 기성 정치의 틀을 깨고 가보지 않은 길을 열고 있고, 우리는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이라는 미증유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도탄에 빠진 민생, 회복의 기미조차 안 보이는 경제, 트럼프 당선에 따라 예견되는 한.미 동맹 재조정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안팎의 도전에 우리의 응전은 지리멸렬이다.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위는 오간 데 없고 조롱의 대상이 된 데다 날만 새면 불거지는 의혹과 폭로에 피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은 부끄러움과 자조의 대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또 야당대로 오늘의 참혹한 현실을 지혜롭게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기는커녕 저마다의 셈법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이론의 여지 없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고, 명색이 여당 역시 책임이 가볍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야당은 자유로울까. 국정감사 때마다 숱한 자료를 받아보고 증인을 불러 추궁하면서도 도대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는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간과됐다는 점에서 땅을 쳐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생산.소비.투자가 동반 감소하는 '트리플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보도 위기상황이다. 내년 한국 경제가 '산업빙벽'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와 공포심을 키우지만 국정은 마비상태다. 리더십은 실종됐다. 이런 사태가 계속되면 국가 신용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따라서 책임 있는 정치권이라면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 과도내각 구성이니, 대통령 2선후퇴니, 내.외치를 불문하고 국정에서 손을 떼라느니 일방 통보해놓고는 정작 협상 및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성난 민심을 추스르고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정치권의 온당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사상 초유의 헌정중단 위기상황에 대통령 권한 행사의 제한 등을 위해 검토돼야 할 헌법적 문제, 절차, 범위 등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출된 합의점을 국민에게 내놓음으로써 심각하게 훼손된 국가통치행위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금명간 이뤄질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결과는 지금보다 더 큰 분노를 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의 결단도 예상된다. 그렇다면 정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일은 국민들이 드는 촛불에 구호나 함성을 보태는 데 그칠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영수회담이든, 국회 차원의 난국 타개책이든 실효성 있는 해법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 .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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