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이사람]

여성 복서 경력 변호사 김재은 한국거래소 신입사원 "취준생시절 단련 위해 복싱 시작"



"동기들이 대형 로펌 갈 때 자본시장법에 꽂혀 한국거래소를 택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되기도 어렵다고 하는 직업 '변호사'.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법률가라는 직업은 세간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곤 한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는데도 한국거래소에 신입으로 입사한 사원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아마추어 여성 복서라는 경력까지 갖춘 김재은 변호사(사진)가 그 주인공.

올 초 한국거래소에 지원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김씨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수료하고, 같은 학교 로스쿨에 진학한 후 변호사가 됐지만 정작 첫 직장은 KB국민은행이다.

다른 직원들처럼 일반 행원으로 지점에서 일을 시작해 본점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2년 만에 한국거래소행을 택했다. 김씨에게 소송변호사 대신 첫 직장으로 금융권을 택한 이유를 묻자 처음부터 상법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상대와 법대생들이 모인 상사법학회 활동을 하던 시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개최한 모의 공정거래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여기서 상법과 독점규제법에 매료됐다"며 "할아버지의 꿈이 법률가라서 변호사가 됐지만, 내가 원하는 길은 기업 속에서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을 다루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김씨는 기업여신, 재무제표 분석, 산업전망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거시경제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다고 한다. 김씨는 "자본시장법으로 관심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중추인 거래소로 이직을 꿈꾸게 됐다"며 "이미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변호사가 있는데, 아직까지 자본시장법을 비롯한 금융경제 플랫폼 등은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신분상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의 일반 직원이다. 입사도 동기들과 똑같이 했고, 업무도 같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변 명함에 '변호사'라는 자격사항이 표기돼 있다는 점. 처음 입사했을 당시 동기들보다 나이도 많고, 특이한 이력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튀는' 신입사원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공시 업무를 담당하면서 65개 정도 상장사를 관리하는데, 많은 기업이 적법한 공시규정에 대해 문의를 해온다"며 "자본시장법이나 상법에 따라 안내해주고 그 공시가 실제로 올라왔을 때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씨의 또 하나의 특이한 이력인 복싱에 대해서는 '선수'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3분 풀타임으로 2라운드 스파링 정도는 너끈히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하기 위해 3년간 꼬박 복싱을 배웠다"며 "요즘도 꾸준히 스파링 훈련을 하고 있는데, 코치님 말로는 생각보다 공격적인 파이팅 스타일을 가졌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김씨는 지금은 공시부에 있지만 거래소 내의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그는 "거래소 내의 수많은 업무들이 모두 자본시장법과 공시규정 등 법률이나 회계 지식을 필요로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회사 법무팀에서도 꼭 일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