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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글 지도반출 '불허'.. 지도데이터 논란이 남긴 숙제는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8 17:45

수정 2016.11.18 17:45

기업에 제공은 불가피, 합리적 제도 시급
'안보' 문제 이외에도 세금 안내는 외국기업에 중요정보 공짜로 못준다는 국민 정서도 크게 작용
비용 등 합리적 기준 마련 자율주행차.O2O 등에 활용하도록 길 열어줘야
정부, 구글 지도반출 '불허'.. 지도데이터 논란이 남긴 숙제는


통상과 안보를 놓고 고민하던 정부가 결국 안보를 선택했다.

구글이 세번째 요청한 한국 정밀 지도데이터 국외 반출 요청이 안보상의 이유로 결국 불허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실질적 초점은 1조원 이상의 혈세로 만들어진 정밀 지도데이터를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해외 기업에 헐값으로 넘기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수차례 논란을 겪고 있는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문제에 대해 정부가 근본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만든 정밀 지도 데이터를 디지털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자율주행차, 디지털 관광,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등 첨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면서도, 국내외 기업간 차별없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6월 이후 5개월여간 전국민과 국회의 관심을 끌어온 구글의 지도데이터 해외 반출 요청은 우리 정부에 지도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도정비의 숙제를 남긴 셈이 됐다.


■지도 데이터 활용, 안보를 넘어서야

국토지리정보원은 1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8개 부처 담당자들과 함께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3차 회의'를 열어 구글이 신청한 한국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불허했다.

구글이 축척 1대5000의 정밀한 전국 디지털 지도 반출을 요청하면서 시작된 이번 지도 반출 이슈는 안보를 넘어 산업, 조세, 통상 등의 영역으로 확대 적용됐다.

구글은 글로벌 지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의 지도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줄곧 주장해 왔지만 우리 정부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군사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담은 지도데이터를 그대로 반출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이번 논란 과정에선 지도데이터 반출 불허는 구글과 한국 기업간 불공정 경쟁을 야기한다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개입까지 확인되면서 구글의 지도반출 요청이 안보를 넘어 대형 이슈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논쟁의 핵심은 1조원 이상이 국가 예산을 투입해 제작한 국내 정밀지도 데이터를 한국에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글로벌 기업에게 사실상 공짜로 넘겨줘서는 안된다는 국민 정서가 깔려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지도 데이터 활용 논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미래 신사업에는 모두 지도 데이터가 기반이어서 국내외 기업들의 지도 데이터 활용을 언제까지나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도 협의체 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안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쟁점사안들이 있었고 관계 부처 사이에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했다"며 "지금 당장의 것보다는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도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도 정비 착수 시급

이에 따라 이번 구글의 지도데이터 반출 논란을 계기로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법적 규제가 가능해 정부가 자국의 안보 및 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이번 기회에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 순조로운 제4차 산업혁명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과 국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간 협업을 강화하고, 한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도 언제까지 우리 정부가 지도데이터를 움켜쥘 수는 없다"며 "글로벌 기업들에게 과세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지도 데이터 활용 대가라도 산정하고 해외에서 쓸 때 비용을 높게 책정하는 등의 논리를 마련해 지도 데이터를 활용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단 정부는 구글이 안보와 관련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경우 반출 허가 요청시 언제든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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