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 안보 이유로 '中자본, 獨반도체기업 인수' 제동

중국 자본의 독일 반도체 기업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보 문제를 이유로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도 지난달 인수 승인을 철회하고 재심사 중인데, 다시 허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은 "양국간 경제 협력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국 재무부 소속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 푸젠그랜드칩인베스트먼트펀드(FGCIF)의 독일 반도체 장비업체 아익스토론 인수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중국 FGCIF가 아익스트론을 인수한 금액은 6억7000만유로(약 8500억원)다.

앞서 지난 18일 CFIUS는 "미국의 국가안보 우려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지분 매각 계획을 전면 중단할 것을 아익스트론에 전달했다. CFIUS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도 이번 딜을 백지화하도록 요청했다고 전했다. 아익스트론은 CFIUS의 통보 사실을 확인하고 "향후 15일 안에 이번 거래의 승인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미국 정부(대통령)에 요청했다.

사실 이번 딜은 독일과 중국이 거래 당사국이다. 미국의 CFIUS는 직접 당사자가 아니지만,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자산 인수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결정한다. 아익스토론은 미국 방위산업체와 수년간 거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질화갈륨(GaN)에 기반을 둔 아익스트론의 반도체 기술이 미사일 감시 레이더 등 첨단 무기 개발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질화갈륨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만드는 주요 소재다.

CFIUS가 이번 딜을 중단할 것을 독일 정부에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지난 16일 미국 의회의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관련법을 개정해 중국 국유기업의 미국 기업 경영권 인수를 차단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타국가간 딜에 제동을 건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3월 독일 필립스가 조명사업부를 28억 달러에 중국 투자자본에 매각하려다가 철회한 것도 'CFIUS의 우려'가 결정적 이유였다.

앞으로 중국 자본의 서방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견제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중국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의 독일 로봇업체 쿠카 인수건도 현재 규제당국의 심사를 받는 중인데, 최종 인수 승인이 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독일 내부에선 핵심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중국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를 막아야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중국 자본의 독일 기업 인수는 11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 2014년(26억달러)의 4배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독일 정부의 아익스트론 인수를 철회하자 주중 독일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