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내년 경제가 불길하다

지령 5000호 이벤트

제 앞가림하기 바쁜 대통령, 그 밑에서 관료들은 일손 놔
정치 불확실성 최소화해야

내년 경제가 불길하다. 짙은 안개 속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떼밀려가고 있다. 이러다 낭떠러지가 나오면 어쩌나 싶다. 내년 경제를 특징짓는 단어 하나를 꼽는다면 불확실성이다.

무엇보다 정치가 불확실하다. 검찰수사 결과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세가 됐다. 시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지만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1년3개월 남은 임기를 채울지, 아니면 중도에 물러날지 불투명하다. 만약 중도에 물러난다면 헌법에 정해진 대로 두 달 안에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개헌은 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 개헌을 한다면 권력구조는 어떻게 바뀌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한 발 움직일 때마다 일이 더 꼬였다. 대국민 사과를 두 번 했지만 두 번 모두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검찰수사를 성실하게 받겠다고 하고서는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잃었다. 자신을 피의자로 판단한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이제는 검찰수사도 받지 않겠다고 한다. 대통령의 말이 그때그때 다르다.

11.2 개각 발표는 안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김병준 총리내정자는 야3당이 인준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됐고,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도 함께 버리는 카드가 됐다. 정부는 국회에 청문요청서도 보내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 개각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대통령이 개각을 바둑판에 사석작전 하듯 하니 국정운영이 꼬이지 않을 리 없다.

정부는 늦어도 한달 안에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해 발표해야 한다. 이 작업은 대통령 참모진과 경제사령탑이 정책기조의 큰 그림을 그리면, 그것을 받아서 실무진이 세부내용을 채워넣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큰 그림을 제시할 리더십이 없다. 대통령은 제 앞가림 하기도 바쁘고, 경제사령탑은 두 명이어서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조차 애매하다. 기업들은 내년에 금융.재정.부동산 등 정부 정책의 큰 틀이 어떻게 짜여질지 가늠도 할 수 없다. 게다가 특검이 가동되면 기업 총수와 핵심 임원들이 또다시 줄줄이 조사받아야 한다. 국회 국정조사특위도 미르재단 모금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독대한 7대그룹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검수사는 최장 120일, 국정조사는 최장 90일간 계속될 예정이다. 기업인들이 경영에 전념할 수가 없다.

불확실성이 정부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심리와 행동을 억누르고 있다. 관료들은 특히 권력의 향방에 민감하다.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어차피 바뀔 사람으로 인식되면 업무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속성이다. 지금 국정 전 분야가 이런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식물대통령에 식물정부다. 외치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앞서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그럴 엄두도 못내고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와 존경에 기초한 권위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권위를 잃었다. 내년에 경제가 올해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이런 시기에 혼돈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게 해서는 안된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