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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사건]출퇴근길 사고, 산재 처리 가능해진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3 16:18

수정 2016.11.23 16:18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관문이 있다. 바로 출퇴근길이다. 일부 재택 근무자를 제외하고는 직장인들은 자가용이나 버스, 지하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출퇴근한다. 이런 의미에서 출퇴근길이 근무의 연장 선상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출퇴근길에 노동자가 사고로 다쳐도 그동안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노동자가 무슨 차를 탔느냐에 따라 산재 인정 여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1항 1호 다목에 따르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따르는 경우에만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2014년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출퇴근 재해에 대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해에만 약 5만명이 출퇴근 재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던 A씨는 자전거로 퇴근하다 넘어져 왼손이 버스 뒷바퀴에 깔려 손가락이 부러졌다. 손가락이 부러져 일할 수 없게 된 A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보험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부상은 산재보험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A씨의 자전거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따르는 교통수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업무상 재해를 좁게 규정하고 있는 법조항이 부당한 차별에 해당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같은 출퇴근길 사고인데도 회사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한 근로자의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9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앞서 2013년 9월에는 재판관 5명만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 가까스로 합헌이 유지됐으나 안창호 재판관이 이번에는 의견을 바꾸면서 결론이 뒤집혔다. 안 재판관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헌법불합치로 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현대산업사회에서 산업재해는 산업사회에 내재하는 구조적 위험의 발현으로서 근로자와 가족의 생존에 관한 문제가 되기도 해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의 기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 위험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용자의 강화된 책임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 헌법이 모든 국민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면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규정하고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그 규범력의 확보와 관철을 통한 충실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헌법재판의 몫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법이 개정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야는 출퇴근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세부안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합의로 발의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대표 발의)은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과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인 경우 사고가 나더라도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19대 국회에서 야당이 발의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에서는 노동자의 과실, 사고의 내용, 노동자의 종류에 예외를 두지 않았고 시행시기도 법 공포 직후로 정하고 있다. <도움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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