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최순실 게이트' 유탄에 뿌리재 창업 생태계가 흔들린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7 15:56

수정 2016.11.27 15:56

"정치이슈와 창업지원 이슈 구분해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지속해야"
국정 마비 사태를 일으킨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전국 17개 시·도에 세워진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의 예산이 삭감되거나 삭감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국회는 이미 정부 예산 가운데 창조경제 관련 예산 일부를 삭감해야 한다며 스타트업 지원 예산 책정에 제동을 건 상태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실제로 혁신센터 예산을 삭감했다. 대기업들도 여론을 살피느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 4년간 어렵사리 조성된 스타트업 창업 열기와 창업을 지원하는 생태계 마저 무너져,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일부 대기업에 의존하는 과거형 경제체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가능성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른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은 전세계적인 경제 트렌드"라며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밝혀내는 작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존하는 일을 구분해 어렵게 조성한 창업 생태계가 뿌리째 뽑히지 않도록 정치권과 정부가 선을 그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련기사 8면
■서울이어 경기, 전남 등도 예산 삭감 검토
27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혁신센터 운영예산 20억원을 전액 삭감한데 이어, 다른 지차체들도 혁신센터 예산을 삭감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스타트업 관련 예산 편성
구분 내용
서울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 절반 삭감
전남, 충청 등 지자체 혁신센터 예산 일부 삭감 논의 중
국회 정부의 창조경제 관련 예산 365억3700만원 심사 보류
경기도 역시 내년 예산 가운데 절반만 승인했다. 전남, 충청 등 일부 지역에서도 혁신센터 예산을 두고 의회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에서는 일부 삭감 의견도 있었으나 각 시와 도 의회에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혁신센터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관련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창조경제 관련 예산에 제동이 걸렸다. 미래부는 당초 올해 863여억원 보다 560여억원 많은 1426억9500만원을 창조경제 관련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회가 이 가운데 365억3700만원에 대한 심사를 보류키로 했다.

추후 다시 예산 편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야당이 '최순실 관련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어 혁신센터 예산 편성이 쉽지는 않은 실정이다.

■스타트업 육성은 글로벌 '화두', 여기서 멈추면 안돼
국회와 지자체에서 잇따라 스타트업 육성 관련 예산에 제동을 걸면서 스타트업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창업 1~2년차 스타트업들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는 당분간 생존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스타트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까지 나빠져 사업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박용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부터 일자리 창출 목표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박용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부터 일자리 창출 목표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경기혁신센터에 입주해 있는 EC3 정태윤 팀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기는 하지만, 혁신센터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많은 스타트업들은 최순실의 지원을 믿고 사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며 "특정인물 때문에 혁신센터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고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 전문기관인 K-ICT 본투글로벌센터 관계자는 "15년 전에는 구글도 스타트업이었을 것이고 알리바바도 7년 전에는 스타트업이었다"며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 주도의 경제가 힘을 잃고 스타트업 주도의 경제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 육성은 어떤 정권이든, 어떤 나라가든 반드시 끌고가야 하는 화두"라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