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제2의 네이버, 카카오 발굴에 대한민국 미래 달렸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7 15:57

수정 2016.11.27 15:57

['최순실 게이트' 유탄에 뿌리재 흔들리는 창업 생태계] (상)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전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지원 정책까지 일명 '최순실 정책'으로 매도 당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창업과 지원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일제히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는 조언에 입을 모으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지금, 얼마나 가능성 있는 기업을 많이 발굴할 수 있느냐가 향후 20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야 제2의 네이버, 제2의 카카오가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최순실 정책'이라고 매도해 한창 조성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뽑아버리면 우리나라 경제가 다시 10여개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제2의 네이버, 카카오는 스타트업에 있다
27일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현재 우리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주축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최순실 게이트'에 위기를 맞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4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타트업 육성 열풍은 지난 90년 중반부터 시작된 벤처투자 열풍과 비슷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시에도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등장했고 이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 ICT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90년대에 창업한 주요 기업
회사명 주요 제품 2015년 매출
네이버 포털 사이트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 3조2512억
넥슨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모바일게임 ‘히트‘ 1조8000억
카카오 포털 사이트 다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9322억
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8383억
주성엔지니어링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장비 1756억
안랩 V3 등 보안 솔루션 1344억
대표적인 기업이 네이버다. 당시 삼성SDS에서 일하던 이해진 대리는 동료 사원들과 함께 사내 벤처를 만들었고, 1999년 결국 분사해 현재 네이버의 전신인 네이버컴을 설립했다. 네이버컴은 이후 한게임과 합병, NHN이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터넷 포털 기업으로 거듭났다. 지금의 네이버가 탄생한 배경이 벤처 붐이었던 것이다.

네이버컴과 합병한 한게임을 창업한 인물은 현재 카카오 이사회 의장인 김범수다. 김범수 의장은 한게임을 창업한 뒤 네이버를 떠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를 창업하며 창업 열풍에 불을 지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의 두 축으로 각광받고 있다. 90년대 벤처투자 열풍이 없었다면 지금의 네이버와 카카오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당시 벤처 투자 열풍을 타고 나타난 기업은 지금 산업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정주의 넥슨, 김택진의 엔씨소프트는 게임산업을 리딩하고 있다. 황철주의 주성엔지니어링, 안철수의 안랩 등은 그 분야 최고의 기업으로 손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90년대 벤처 투자 열풍이 일었을때도 이른 바 눈먼 돈이 많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그런 투자가 있었기에 지금 우리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지금 스타트업 열풍도 벤처 투자 열풍과 닮아 있으며 여기서 우리 산업의 기둥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글로벌 트렌드
특히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스타트업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강소기업 위주로 재편되야 하며 여기에 스타트업들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분당 사옥 '그린 팩토리'
네이버 분당 사옥 '그린 팩토리'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한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은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슈밥 회장은 "기존 대기업들이 덩치 큰 물고기에서 작고 기민한 물고기로 거듭나야 한다"며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느린 기업이 작고 빠른 상대에게 이길 수 없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창의적인 창업가들이 더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미 구글은 서울을 비롯해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에 구글캠퍼스를 열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 역시 스타트업 대회를 열면서 가능성있는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할 투자조직을 세우고 전세계 스타트업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임덕래 센터장은 "전세계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 대기업들도 그동안 잘 하지 못했던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스타트업 지원 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외적인 요인에 의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흔들리면 우리 미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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