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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유탄에 흔들리는 스타트업]2. 창업지원도 옥석 가리자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8 15:21

수정 2016.11.28 15:21

혁신센터 지원 대기업, 원하지 않으면 손 뗄 수 있게 해줘야
#A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한 층이 통째로 개방된 사무실에서 여러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상용화를 앞둔 기업들은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다양한 마케팅 방식에 대해 토론도 한다. 혁신센터 직원들도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하느라 피칭행사를 만들고, 마케팅 방법을 조언하는가 하면, 대기업 본사에 스타트업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본사와 스타트업간의 가교 역할을 하느라 밤낮없이 뛰어다닌다.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A센터에 입주하면 성공의 길이 열린다는 소문이 퍼져 입주희망 기업이 줄을 서 있다.
#B 혁신센터는 지방에 위치해 있는데 스타트업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센터 직원들도 상주해 있다고는 직원들의 활발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지방 대도시에 있는 B센터는 그 지역 주민들도 잘 알지 못할 정도로 활동이 적다. B센터를 운용하는 대기업에서는 센터로 발령이 나면 '물 먹는 것'이라며 센터 업무를 꺼린다.

전국 18개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혁신센터 중 몇몇은 전담 대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스타트업간의 교류가 활발한 반면, 또 일부 혁신센터들은 정부의 압력(?)에 못이겨 시늉만 하고 있는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창조경제 사업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이어지면서 전담 대기업들도 혁신센터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창업지원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국내 창업지원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통에 싫다는 말도 못한채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혁신센터 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 지원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대기업은 '최순실 게이트'의 유탄으로 부터 보호해 국내 창업지원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도 혁신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 예산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이 지연되고 있어 일부 축소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칫 예산 편성이 불발되면 센터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을 위한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직원들이 'Co-Work Zone'에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직원들이 'Co-Work Zone'에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창업지원 의지 있는 기업만 혁신센터 사업에 남겨야
혁신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용 중인 대기업들은 창업지원을 단순한 사회공헌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적극적으로 혁신센터를 운용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스타트업 지원은 우리 회사의 미래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한 사업모델"이라며 "단순히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에서 시장의 수요를 발빠르게 알아채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함께 키우는 것이 혁신센터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의 자발적 수요에 의해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능동적 자세의 기업들이 혁신센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 요청에 의해 혁신센터 사업에 마지 못해 나선 대기업들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부터 대전과 대구 혁신센터가 자체적인 운용계획을 만들었는데, 그 이후 정부차원에서 대기업과 혁신센터의 연계방안이 마련됐다"며 "지금이라도 혁신센터 운용 대기업들의 의사를 타진해 운용중단 의사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혁신센터에서 손을 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별 특화산업 지정 재검토해야
전문가들은 혁신센터의 또다른 문제점으로 센터별 특화산업을 꼽는다. 혁신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지역별로 부산은 영화, 전북은 탄소, 경기는 사물인터넷(IoT), 서울은 문화, 경북은 스마트공장 등 전담 대기업과 특성에 따라 담당하는 분야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그 지역에 있다고 해서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와 제품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혁신센터의 전담분야를 정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과 특화산업
지역 전담기업 특화산업
서울 CJ 문화, 도시라이프
인천 한진 스마트물류
경기 KT IoT, 게임, 핀테크
충북 LG 바이오, 뷰티
충남 한화 태양광에너지
세종 SK ICT, 스마트농업
대전 SK 기술사업화
전북 효성 탄소섬유
제주 카카오 문화, 소프트웨어, IT, 관광
광주 현대차 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전남 GS 농수산식품
경남 두산 기계장비
부산 롯데 유통, IoT, 영화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 의료기기
포항 포스코 에너지, 소재
대구 삼성 IT, 전자, 섬유
경북 삼성 IT, 스마트팩토리
강원 네이버 빅데이터
(미래창조과학부)
특히 IoT나 핀테크,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 일부 유망 산업의 경우 지역에 상관없이 창업자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전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창업자들을 특정 센터가 전담이니 그 센터로 유도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역 혁신센터, 네트워킹 주선자 역할 필요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지역 혁신센터의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보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창업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지원 전문기관인 K-ICT 본투글로벌센터 김종갑 센터장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은 정보를 얻고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 KTX를 타고 수도권으로 올라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역에 혁신센터라는 창업거점이 있으면 정보와 네트워킹에 대한 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어 지역거점 마련에 대한 현실적 대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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