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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앞에 위태로운 韓 '식량주권'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8 16:20

수정 2016.11.28 16:20

올 상반기 對美 식량의존율 27%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산업 뿐 아니라 '식량주권'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 가장 낮은 곡물지급률과 미국 의존도가 높은 농축산물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어 비상시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美 트럼프, 농축산물 전략물자 활용 가능성↑"
28일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향후 트럼프 정부에선 자국 수급사정에 따른 금수, 경제·정치적 국제분쟁시 농축산물을 전략물자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략물자란 정부가 자국의 국가안보, 외교정책, 국내 수급관리를 목적으로 수출입과 공급, 소비 등을 통제하기 위하여 특별히 정한 품목 및 기술을 말한다.

미국은 앞서 지난 1970, 80년대에도 농축산물을 전략물자로 활용한 전례가 있다. 지난 1973년 미국 대두흉작으로 1부셀(36리터)당 가격이 1972년 7월 3.3달러에서 1973년 6월 10달러 폭등하자, 닉슨 정부는 6월부터 2개월간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1980년에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에 대해 당시 미국 카터 정부는 곡물수출을 금지했고, 이는 1982년 레이건 정부까지 지속됐다.

문제는 농축산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이런 상황에 놓일 경우 극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 곡물자급률이 가장 낮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1년 한국 곡물자급률(사료 포함 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 비율)은 26%로 178개국 중 128위, OECD 34개국 중 32번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잠정 집계한 2015 양곡연도(전년 11월∼당년 10월) 곡물자급률을 보면 전년보다 0.2%p 하락한 23.8%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포르투갈(24%), 네덜란드(14%), 이스라엘(7%) 정도다. 이에 비해 일본은 28%, 미국은 118% 수준이다.

■對美 식량의존율 27%…정부 식량자급률은 ↓
게다가 미국은 우리 농축산물 수입금액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국가별 농축산물 수입금액을 보면 미국은 70억1000만 달러로 전체의 23.0%를 차지한다. 이어 중국(14.6%), 아세안(13.9%) 순으로 격차가 크다.

우리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주요품목은 금액기준 소고기, 돼지고기, 오렌지 순이며 물량기준 밀, 옥수수 순으로 축산물 및 사료곡물이 대부분이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1~6월)에만 소고기 4억9000만 달러(7만7975톤), 돼지고기 2억1000만 달러(8만4432톤0, 오렌지 2억 달러(14만475톤)어치를 수입했다.

상반기 미국에서 수입한 농축산물 금액은 총 33억3400만 달러로 소고기(14.7%), 돼지고기(6.4%), 오렌지(6%)로 총 27.1% 수준에 달했다.

우리 먹거리의 근 30%가량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수급사정이나 경제·정치적 문제를 이유로 수출을 막는다면 식량확보가 곤란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먹거리를 우리 스스로 생산해내는 능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황명철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2004년 한-칠레 FTA 등 시장개방 이후 값싼 농축산물이 밀려 들어오면서 농경지와 농업노동력이 빠르게 위축됐다"며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하에서는 자급률향상을 국가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생산기반 강화, 밥상변화에 맞춘 농경지의 사료작물 생산 확대 등 근본적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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