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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정부를 믿은 스타트업에 죄는 없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1 15:43

수정 2016.12.01 15:43

"제발 한번만 혁신센터에 방문해보고 나서 혁신센터 존폐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설립배경이나 취지가 무엇이든,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걸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
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있는 기업 임원의 얘기다. 이 기업은 혁신센터가 운영되기 시작할 때부터 입주해 제품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창업 3년차를 맞은 이 기업에게 혁신센터는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조력자다.

흔히 창업 3년차를 '죽음의 계곡'이라고도 한다.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완성하고 본격적으로 판매해서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해가 3년 이후인데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2~3년차에 도산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이 임원은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혁신센터가 그 역할을 해줬다"며 "여기서 여러 선배 창업자들의 경험과 조언을 얻을 수 있었고 법적인 부분 상담, 데모데이 참여, 다양한 디바이스를 활용할 수 있는 시제품까지 지원 받으면서 이 계곡을 넘기 직전까지 왔다"고 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2016창조경제박람회'가 1일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왼쪽 두번째)과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4일까지 계속된다./사진=서동일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2016창조경제박람회'가 1일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왼쪽 두번째)과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4일까지 계속된다./사진=서동일 기자
하지만 최근 창조경제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각 지자체들의 예산삭감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도 혁신센터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며 예산 승인을 보류한 상황이다.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기 직전의 이 기업에게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비단 이 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전국 혁신센터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들은 예산삭감으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혁신센터가 그저 '최순실 게이트'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정책 기조를 공격하기에 좋은 먹잇감일지는 모르지만 여기 입주해 있는 기업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입주기업들에게 어떤 죄가 있는가. 그저 정부가 지원하는 혁신센터에 입주를 신청했고 다른 스타트업들과의 경쟁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입주, 센터의 지원을 받았다.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하니 정책의 연속성을 믿고 입주했는데 이제와서 지원을 끊겠다고 하는 것이 타당한가.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지, 한 순간에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야 말로 세금 낭비다.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는 역대 최대규모로 열렸다. 참여한 스타트업만 700곳이 넘는다. 규모는 역대 최대인데 행사장을 찾는 발길은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창조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겨우 불을 지펴놓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외부의 다른 요인 때문에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스타트업들은 오늘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박람회로, 데모데이로, 혁신센터로 향한다.
창조경제가 미워도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중단하면 안되는 이유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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