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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함께 하는 로봇, 경쟁자 아닌 동반자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4 15:18

수정 2016.12.04 15:18

협업 로봇 최대 화두로 '부상', 재난·의료 현장서도 최고 도우미
'로봇과 인간의 동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서비스 로봇 상용화와 함께 재난, 의료 현장에서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고 노인 돌보미 역할에도 투입되는 등 로봇이 사람과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협업로봇은 인간과 로봇의 동행을 가능하도록 하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의 제조용 로봇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혼자 제품을 생산하는 일에 그쳤던 반면 협업로봇은 인간과 로봇이 함께 제조공정에 투입돼 질좋은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협력자가 된 것이다.

4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로봇업계에서 협업로봇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로봇협회는 오는 2017년부터 오는 2019년까지 제조용 로봇이 매년 평균 1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중심에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업로봇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라인에도 인간과 함께 일하는 '협업로봇'이 화두
협업로봇과 그동안의 제조용 로봇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로봇 주변에 사람의 진입을 차단하는 안전펜스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주변 상황에 관계없이 제품을 생산하는데만 초점을 맞춰서 개발했기 때문에 로봇 근처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반드시 펜스가 있어야 했다. 자칫 로봇이 사람에게 해를 가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
하지만 협업로봇은 일단 사람과 충돌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크기가 작다.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일반 직원들이 협업 로봇을 조작할 수 있다. 게다가 전 공정을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공정만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생산공정에 로봇을 투입한다고 하면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협업로봇은 소규모 투자로 필요한 공정에만 로봇을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중소기업들도 공장에 적극적으로 협업로봇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협업로봇은 로봇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로봇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모두 장악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은 협업로봇으로 인해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협업로봇은 단순 자동 업무에 매진하고 인간은 창의적인 업무, 더 개인화된 제품 생산을 위한 제조공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 로봇 분야 '각광', 인간의 삶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그동안 제조용 로봇 중심이던 로봇산업은 최근 서비스용 로봇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제조용 로봇 비중이 전체 로봇 시장의 64.3%로 아직 제조용 로봇이 중심이지만 서비스용 로봇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개인 서비스용 로봇 비중은 지난 2011년 기준 5.1%에 불과했지만 3년만에 13.1%로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고 있어 선점할 경우 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 로봇업계는 이 시장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며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제조용 로봇 시장보다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비스로봇 분야는 로봇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편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당장 가상의 비서 역할을 하는 로봇은 일정관리부터 정보전달은 물론 말동무 역할도 해준다. 가장 대표적인 로봇이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다. '페퍼'는 노인들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말동무도 해주는 친구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매달 1000대씩 한정 판매된 '페퍼'는 매달 1분만에 매진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파라과이 센트럴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SK텔레콤의 스마트로봇 '알버트'를 활용한 교육을 받고 있다.
파라과이 센트럴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SK텔레콤의 스마트로봇 '알버트'를 활용한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잇따라 선보이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가상 비서 서비스 역시 인간들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아마존의 AI 비서 '에코', 구글의 '구글홈', SK텔레콤의 '누구', 네이버가 개발중인 '아미카' 등은 모두 인간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음성만으로 음식배달, TV시청 등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해주는 서비스 로봇의 일종이다.

의료현장이나 재난현장에 투입되는 로봇들 역시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로봇이 사고 현장에 투입됐다. 방사선량이 치명적인 현장에 투입된 로봇은 인간 대신 영상을 촬영하는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했다.

최근 현대자동차 등 국내에서도 개발되고 있는 근력증강용 로봇은 국방이나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착용자의 근력을 늘려주기 때문에 일반인이 착용하면 평소보다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사고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환자들은 이 근력증강 로봇을 통해 스스로 걸으면서 재활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이다.


로봇업계 한 전문가는 "제조용로봇 분야와 서비스용로봇 분야 모두 인간의 개입이 활발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로봇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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