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트럼프노믹스와 한국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4 16:55

수정 2016.12.04 16:55

[데스크칼럼] 트럼프노믹스와 한국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예상을 깬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승리 후인 지난달 9일 롤링스톤지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은 항상 20% 정도는 된다고 봤다"며 기적같은 일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미 국민, 세계가 놀란 만한 결과였던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뒷간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속담처럼 당선 후 트럼프의 행보는 놀람의 연속이다. '이상'을 외치는 선거공약과 '현실'에 기반을 둔 국가정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해도 차기 미국 정부를 이끌 장관들의 면면은 트럼프의 기존 기조와는 격차가 크다.

트럼프는 최근 재무, 상무장관으로 스티븐 므누신 듀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 윌버 로스 WL로스&코 회장을 각각 지명했다. 재무장관은 세제와 외환.재정정책을 담당하며, 상무장관은 무역.통상을 총괄한다.
두 장관의 공통점은 미국 금융권을 대표하는 월스트리트(월가) 출신이라는 점이다. 공직 경험도 전무하다. 트럼프는 대선기간 내내 '월가=기득권층'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쇠락한 '러스트벨트(미국 북부·중서부의 쇠퇴한 공업지대)' 백인노동자들의 분노를 자극해 표를 긁어모았다.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공격포인트도 '힐러리와 월가의 유착설'이었다.

그랬던 트럼프가 바뀌었다. 트럼프는 경제팀 수장들을 월가 출신으로 채웠고, 국가예산을 총괄하는 백악관 예산국장도 현재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게리 콘을 기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 당선자가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사업가 출신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정계와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다. 대통령과 주요 경제장관 모두 사업가 출신에다 공직 경험도 없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맨은 '이익' 우선이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도 정치, 경제, 문화적 수사가 붙지만 단순화시키면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이다. 정의를 부르짖고 속으로는 '선한 국가'임을 내세우던 과거의 미국 이미지는 트럼프 시대에는 사라지거나 약화될 것이다.

시동 걸린 '트럼프노믹스'의 방향은 확실하다.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감세 등 친기업 정책과 규제완화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가 '위대한 협상가'라고 지칭했듯,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통상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은 한국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한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됐을 때다. 미·중 간 무역분쟁은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 불안도 동반할 수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미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통상압력이 확대될 게 확실하다. 또 초저금리, 양적완화, 디플레이션이라는 경기의 큰 흐름은 트럼프 시대와 함께 바뀌고 있다. 각각의 사안 모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리스크를 키울 요인들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국정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강화와 증세 등 미국 차기정부와 어긋나는 정책도 예고돼 있다.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와 경제를 단칼에 분리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빠른 시일 내에 확실한 경제사령탑을 세워 '미국 우선주의'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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