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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만난 로봇, 산업현장 벗어나 일상 속으로 성큼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4 16:56

수정 2016.12.05 17:25

급성장하는 로봇산업 국내 로봇관련 매출 3조원 육박 제조업서 서비스산업으로 확산 대화.가사 등 가정용 로봇 봇물
대도약 기로에 서다 국내 로봇산업 中企가 93% 차지 R&D 역량 갖춘 대기업 참여 절실 현대重.SKT.한화 등 발빠른 행보
AI와 만난 로봇, 산업현장 벗어나 일상 속으로 성큼


지난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대결로 전국에 퍼진 AI 열풍이 로봇산업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제조공정이나 소방 등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려운 일부 극한분야에서만 활용되던 로봇이 일반 대중들의 관심사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로봇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로봇부터 최근 일반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드론은 물론 사람과 메세지를 주고받는 '챗봇' 등도 로봇의 일종이라는 점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올해가 로봇 대중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년에는 더욱 많은 로봇들이 우리 삶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제조공정에 활용되는 로봇들은 가격이 대폭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더 많은 공장들이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 로봇도 더욱 본격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챗봇은 대다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주력하는 분야다. AI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도 로봇 서비스를 본격화될 전망이다.

AI와 만난 로봇, 산업현장 벗어나 일상 속으로 성큼


■AI 열풍은 로봇산업에도 성장 기회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2014 로봇산업 실태조사(2015년 4월~6월 조사)에 따르면 국내 로봇산업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로봇산업 관련 업체는 2013년 402개에서 2014년 499개로 늘었고 매출액도 같은 기간 2조4193억원에서 2조854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아직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같은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로봇산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초 우리나라를 강타한 '알파고' 열풍은 로봇산업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스스로 작동하는 로봇과 AI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AI에 대한 기술개발 열풍이 불면서 로봇의 두뇌인 소프트웨어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는 사례로 로봇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AI 열풍 자체가 로봇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AI 열풍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로봇이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봇산업, 서비스로 진화해야

알파고 덕분에 로봇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제조용로봇 관련 경쟁력은 상당한 반면 서비스로봇 관련 분야에서는 주요 선진국들에 뒤쳐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그동안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직접적으로 일반 이용자들에게 로봇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제조업 공장의 자동화를 위해 로봇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우리나라 로봇 시장에서 제조용 로봇시장 비중은 85%나 된다.

우리가 제조용로봇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글로벌 로봇기업들은 서비스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 출품된 로봇 제품 가운데 절반 정도(44.5%)가 여가지원용 로봇과 가사용 로봇이었다. 탑승형 로봇, 대화용 로봇을 비롯해 청소, 요리 등을 도와주는 가사용 로봇들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외에도 교육용 로봇과 드론이 전시장 곳곳에 위치해 있었고 전통적인 제조업용 로봇은 3%에 불과했다. 로봇 부품까지 합쳐도 10%가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글로벌 로봇산업 트렌드가 제조용 로봇에서 서비스용 로봇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제로봇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로봇시장에서 서비스용 로봇시장의 비중은 35%가 넘는데 2018년까지 연평균 22%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인서비스용 로봇시장은 연평균 38%의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분야다.

■'개방형 혁신'으로 '퀀텀점프'

로봇산업의 대도약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로봇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499개 로봇산업 관련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 비율이 93.4%에 이른다. 이 가운데 매출 10억원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13년 1750억원을 R&D에 투자한 로봇기업들은 2014년 1617억원밖에 투자하지 않았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장점인 투자능력, 마케팅능력이 중소기업의 장점인 로봇관련 제품 개발이 결합하는 협력모델 구축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우리나라 로봇산업을 한단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AI기술에 투자를 늘린 대기업들은 관련 기술을 공개하고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로봇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엔진사업부에 속해있던 로봇사업부를 분리, 독립시키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면서 의료로봇 등 신규 로봇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AI 기술을 개발, 이 기술을 활용한 AI 스피커 '누구'를 선보였으며, 교육용 로봇 '알버트'를 제작, 아이들의 소프트웨어(SW) 교육을 돕는 '스마트로봇 코딩 스쿨'이라는 제품도 선보였다.


네이버도 지난해 9월 향후 5년간 로봇과 무인자동차, 스마트홈 등 미래 성장 분야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는 이 투자를 바탕으로 AI 서비스 '아미카'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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