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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숙의 '냥이 산책']'가출묘' 집 근처 숨을 가능성 100%.. 인내심 갖고 유인해야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5 17:20

수정 2016.12.05 22:15

집나간 고양이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동행]
14년차 직장인인 나는 6냥이의 집사다. 보름 전에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버려진 리트리버 구조 소식을 외면하지 못하고 집으로 들인 대책없는 여자다.

혹자는 한 생명을 거두고 돌보는 일을 너무 쉽게 결정한 것이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믿어주시라.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이 6마리의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빨라진 것이지, 결정의 단호함은 오랜기간 고민한 분들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문제는 그 단호함이 이제는 내 체력과 돈벌이를 앞섰다는 사실이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체력뿐 아니라 끈질긴 정신력과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한다. 5년 전 서울 종로 체부동에서 서촌으로 신혼 전셋집을 옮기던 날, 둘째 고양이 창덕이가 대문을 빠져나가 폐가처럼 방치돼 있던 옆집 대문 밑을 비집고 들어갔다. 냥이는 개와 달리 이름을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그리고 익숙한 공간을 벗어난 순간, 잠깐의 자유와 긴 공황기를 거친다. 가출한 냥이는 잠깐 동안의 자유로움으로 돌아다니다 익숙지 않은 공간에 대한 두려움과 당혹스러움으로 함께 생활해온 집사도 잊어버리 수 있다.

집에서 가출한 고양이도 길냥이와 마찬가지로 길생활에 금방 적응할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집에서 평생을 살아온 집냥이가 길로 내보내지면 굶어죽거나 길냥이나 다른 동물의 공격을 받아 죽는 경우가 태반이다. 집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을 절대로 유기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만약 집에서 키우는 냥이가 가출한 경우 집 근처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100%에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찾아야 한다는 게 냥이집사 사이에선 불문율이다.

나와 남편은 이사 당일부터 일주일 이상을 퇴근후, 그리고 매일 밤(냥이는 야행성이므로) 예전에 살던 집 근처에서 창덕이를 포획하려고 기다렸다. 그리고 집에서 창덕이를 부르던 비슷한 목소리로 창덕이를 불렀다. 너무 애절하거나 절실함을 담은 목소리도 안된다. 집 나간 녀석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리고 행여 행동반경을 넓힐까봐 그녀석 냄새가 나는 화장실 모래를 폐가 앞에 뿌려놓고 그 녀석이 좋아하는 간식을 그 대문 앞에 놓아두어 빈집이지만 본의 아니게 남의 집에 창덕이의 영역을 표시해 두었다. 일주일 넘게 옛날 집으로 출근도장을 찍던 그 어느날 폐가 대문 너머 창덕이의 넉넉한 몸집을 보았고 이것저것 잴 새 없이 헐겁게 걸려 있던 그 집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 담 언저리에서 날 보고 도망가려던 녀석을 간식으로 꼬셨다. 허겁지겁 먹는 녀석 목덜미를 냅다 잡아들고 보쌈해 돌아왔다. 이사한 지 열흘 만에 두 다리 뻗고 푹 잤다.


집나간 냥이 찾는 일은 체력과 정신력이 합쳐져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체력과 정신력 테스트용으로 가출을 방조하지 마시라. 냥이를 키우는 집에는 반드시 방충망 위에 방묘망을 갖추고 문 앞에는 방묘문을 설치해야 한다.
아무리 체력과 정신력에 자신이 있다 한들 가출한 고양이는 내가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을지 모르기 때문다.

신지숙 사노피 파스퇴르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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