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탈리아, 은행 위기 시작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6 07:24

수정 2016.12.06 07:24

이탈리아 3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몬테데이 바치에 이번 주말께 정부 구제금융 지원이 결정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4일 치러진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부결되면서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임하고, 이에따른 정정불안이 투자철회로 이어져 몬테데이 파치의 자구안이 사실상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금융시장은 예상과 달리 비교적 차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탈리아 은행들의 내부상황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한 소식통은 몬테데이 파치가 추진하는 50억유로 자본확충 방안의 성패 열쇠를 쥔 카타르의 10억유로 투자가 정정불안으로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몬테데이 파치 자문업체인 JP모간 체이스와 메디오방카는 그동안 피에르 카를로 파두안 재무장관과 함께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에 투자를 설득해왔다.

이번 주말 투자협정에 서명한다는 목표였지만 이제 기대는 사라진 상태다.

50억유로 가운데 10억유로가 사라지면 나머지 투자 역시 동반 무산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탈리아의 심각한 은행부실 문제가 표면화되면 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대출(NPL) 규모는 약 3600억유로, 전체 대출의 18% 수준이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전체 NPL의 3분의1에 이른다.

이미 주가는 곤두박질친 상태다.

몬테데이 파치 주가가 86% 폭락한 것을 비롯해 유니크레디트, 유니온 디 방케 이탈리아네, 방카 포폴라레 디 밀라노 등 주요 은행들 주가는 올들어 60% 넘게 폭락했다.

몬테데이 파치 주가는 이날 4.2% 추가 급락했다.

시가총액은 5억7000만유로로 쪼그라들었고, 지난 4년간 모은 80억유로는 사라졌다.

은행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몬테데이 파치가 회생하지 못하면 이미 약화된 이탈리아 은행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완전히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투표 부결과 이에따른 정정불안이 어렵게 진행되던 몬테데이 파치 자구안에 찬물을 끼얹었다.

누가 총리가 될지, 새 다수당이 은행 구제에 적극적일지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일단 모든 투자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몬테데이 파치 자구안과 연관된 한 관계자는 "모두가 새 정부가 들어서기를 일단 기다리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자체의 해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가름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해 '예방적 자구안'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은행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대신 은행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주가가 폭락하기 때문에 채권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는 위기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뉴라이프 자산운용의 미건 그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몬테데이 파치에 어떤 해법이 나오더라도 특히 이탈리아 은행들이 심각한 위기 전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투자매니저 패트릭 오도넬도 "몬테데이 파치의 계획이 실패하면 재자본화가 필요한 다른 이탈리아 은행들에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면서 "이탈리아가 자국 은행들을 살려내지 못하면 이는 대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도넬은 "유럽은 다시 정치와 ECB, 은행들이 서로 얽히는 악순환에 다시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투자자는 "이탈리아가 결사적으로 빠른 해법을 찾고 있지만 너무 늦게 시작했다"면서 "수개월 전에 해결했어야 할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