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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터뷰] 1년 만에 '10만 팬 돌파'한 뻔펀, '넥슨'이 두려웠다?

조재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6 14:50

수정 2016.12.06 14:51

-1년 만에 구독자 10만 명 돌파
-게임·애니 등 소재로 구체적인 정보 제공
-뛰어난 정보력과 적극적인 소통이 성장 비결
[덕터뷰] 1년 만에 '10만 팬 돌파'한 뻔펀, '넥슨'이 두려웠다?

"안녕하세요. 뻔펀튜브라는 작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뻔'과 '펀'이라고 합니다"

작다고 소개했지만 '뻔펀튜브'(이하 '뻔펀')는 지난해 7월에 시작해 정확히 1년 만에 구독자 수 10만을 돌파한 인기 채널이다. 유튜브에 '톱(TOP) 시리즈'라는 콘텐츠 유형이 있다. 어떤 주제를 정해놓고 랭킹을 정하는 방식인데 예를 들면 '삼국지 무력 순위 TOP 10' 같은 식이다. 톱 시리즈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쉬우며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랭킹을 정하는 방식이 객관적이지 못해 '내맘대로 랭킹'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뻔펀'은 톱 시리즈를 차용한 콘텐츠를 만든다.
대신 랭킹을 따지지 않고 몰랐던 정보를 소개한다. 세상에는 인기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을 다룬 콘텐츠가 많지만 '뻔펀'이 만든 영상을 보면 손오공에 대한 정보를 총 정리 해준다는 인상을 받는다.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어쩌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정보일 수 있지만 '끝장'을 보겠다는 듯한 치밀한 자료 조사가 이들의 장점이다.

☞뻔 인터뷰 영상 1편 보기




☞뻔 인터뷰 영상 2편 보기




☞펀 인터뷰 영상 1편 보기




☞펀 인터뷰 영상 2편 보기




'뻔펀'을 만들고 있는 두 주역 뻔(28)과 펀(25)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둘은 처음부터 유튜브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뻔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경험도 있다. 언제나처럼 공부하던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것·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이 들어 평소에 즐겨 하던 게임인 '풋볼 매니저'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타이밍이 좋았는지 그의 저력을 본 것인지 유튜브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았고, "한번 해보자!"라는 각오가 들어 크리에이터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관심사 살려 유튜브에 뛰어든 뻔.(개인 사정으로 얼굴 공개가 어려우니 양해 부탁드립니다.)/조재형 기자
어린 시절 관심사 살려 유튜브에 뛰어든 뻔.(개인 사정으로 얼굴 공개가 어려우니 양해 부탁드립니다.)/조재형 기자

■내래이션 좋아요. 영상에 듣는 재미 더했다

이 두 남자, 목소리가 좋다. 구독자들이 보내는 댓글만 봐도 '내래이션 칭찬'이 빠지지 않는다.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에 뻔은 "슬램덩크 편 이전 영상은 못 보겠다"고 말한다. 채널 운영 초창기에 내래이션 지적을 많이 받아 스피치 학원에 등록해 발음을 교정하고 스피치 요령을 익혔다. 후발주자인 펀도 "예상했던 대로 욕 많이 먹었다"고 웃으며 먼저 시작한 뻔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고, 독자 피드백이 많이 도움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감히 '최강'이라 부를 만한 정보력

유튜브 스타가 되려면 꾸준함은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뻔펀'은 조금 이상하다. 일주일에 한 번 업데이트 되거나 길게는 다음 영상까지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정보 검증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펀 : 영상 한 편이 만들어지기 까지 2주 정도가 걸리는데 14일 중 12~13일은 자료 조사와 시나리오 작업 기간이에요. 많은 분들이 영상 퀄리티가 좋다고 칭찬해주시는데 자료에 공들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뻔 : 위키에는 틀린 정보가 꼭 섞여 있어요. 그걸 검증하는 게 관건이죠.

'뻔펀'은 잘못된 정보를 찾기 위해 원문, 원서를 꼭 찾는다. 그 과정에서 영어, 일본어 번역은 필수다. 모교 앞에 작업실이 있어서 도서관으로 가 관련 서적을 찾아본 뒤 인터넷에 있는 원문 링크와 대조하기를 반복하면 잘못된 정보가 많이 걸러진다. 이런 노력이 '몰라도 될 만한 이야기'를 '알면 재밌는 정보'로 탈바꿈시키는 원동력일 듯.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예기치 않게 디자인을 배우게 된 펀은 덕분에 크리에이터로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조재형 기자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예기치 않게 디자인을 배우게 된 펀은 덕분에 크리에이터로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조재형 기자

■넥슨 영상 올린 뒤 "3대가 망한다" 걱정

펀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상과 싫어하는 영상을 물었다. 살짝 고민한 뒤 "둘 다 넥슨 편이요"라고 답한다. 기업은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인이 기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리는 데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두 편으로 올라간 넥슨 영상은 총 조회수 50만 건을 기록했다. 자연스럽게 열광하는 팬들과 우려하는 팬들이 생겨났다. 부담감에 올리고 내리고 다시 올리기를 반복하고 그대로 두기로 정했다고.

■PC 켜고, 게임하고, 애니보던 어린 시절

뻔 : 집에 오면 무조건 게임부터 했어요. 컴퓨터 켜고, 게임하고, 애니보고(x2). 공부는 하나도 안했고 나가서 놀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컴퓨터 앞에서 하는 건 다 좋아했죠.

펀 : 게임을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했어요. 저는 글쓰기를 좋아했고, 영화 감독이 꿈이어서 나름대로 시나리오도 쓰고 촬영도 해봤죠. 그 경험이 지금과 이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아직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라는 명제가 유효하다. 공부 잘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사는 인생 역시 나름의 가치가 있다. 반면 공부가 학생의 역할이자 의무로 여겨지면서 학창 시절의 놀이 문화는 무의미한 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뻔은 게임을 좋아하고 만화를 좋아했던 시간이 당시는 낭비였을지 모르지만 당장은 많이 도움된다고 말한다.


■덕후 문화 부정적 시선에 대해

'누군가의 시선으로 봤을 때 인생의 낭비고 경제적이지 못한 활동'임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일종의 중독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도 보탠다.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소수의 취향이라 불렸던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을 때의 파급력, 개인 취향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은 분들이 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다루는 소재도 덕후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봤고, 해왔던 콘텐츠에요. 덕후들은 새로운 정보와 문화 교류를 주도하고 있어요.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은 없죠"

by 뻔펀.

ocmcho@fnnews.com

기획·촬영·편집 : 조재형 기자
사진촬영 : 조재형 기자
영상 디자인 : 최민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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