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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김덕용 '옛날의 그 집-복사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12 17:26

수정 2016.12.12 18:00

오래된 나무결에 묻어난 소박한 그리움
[그림산책]김덕용 '옛날의 그 집-복사꽃'


마을 어귀 소박하게 자리 잡은 고즈넉한 한옥. 오랜 세월을 견딘 창 너머로 바람 소리가 들리는 풍경이 있다. 돌담에 접한 마당 모서리 화단엔 복사꽃이 한 무더기 피어 있다. 꽃잎이 흔들릴 때마다 은은한 향기가 마당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한국적 미와 정서로 오랜 세월 꾸준히 사랑받으며 크리스티 등 세계적인 경매회사들이 주목하는 작가 김덕용의 신작 '옛날의 그 집-복사꽃'(2016년)은 그의 여느 작품들처럼 나무 위에 단청기법으로 그려졌다. 작가에게 나무의 결은 '시간의 삭힘, 세월의 삭힘'을 드러내는 주된 소재다.

세월이 묻어난 나무결을 다듬고 파내 그 위에 그림을 그려넣게 되면 인간의 감성이 나무 표면 안에 깃들게 된다. 이것은 다시 시공간을 뛰어넘는 삶의 흔적, 그리움과 아름다움으로 탈바꿈된다.

실제 작가는 직접 나무를 수집한다. 다양한 결의 갖가지 나무들은 각자만의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마치 사람들처럼 말이다. 세월의 무게를 지닌 나무결이 가진 특성 탓일까. 김덕용 작가의 작품을 접한 사람들은 그리운 어머니와 누이, 그리고 그들과 함께했던 자신의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을 이내 느끼게 된다. 김 작가 자신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사셨던 마을엔 봄이 되면 늘 복사꽃이 피었다"면서 "복사꽃을 보며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움과 기억의 이미지를 떠올려 복사꽃 풍경을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전영백 홍익대 미대 교수는 김 작가에 대해 "그 언어는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그래서 작가 김덕용은 소박하게 보인다. 그러나 실상 그 내용은 견실하고 단단하며 또 깊숙하기만 하다. 소박은 하겠지만 야심은 당차다. 그 미적 야심은 회화도, 부조도 또 그렇다고 공예도 아닌 독창적 영역으로 발휘된다. 김덕용의 온기어린 한국성은 장르의 한계를 너머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옛날의 그 집-복사꽃'은 현재 서울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열리고 있는 '소품락희-Thank you! 2016'전에 출품된 작품이다. 또 다시 복사꽃이 피는 봄을 마주하기 전 누군가에게 아련한 그리움, '봄의 기적'의 기다림이 되어줄 이 작품인 셈이다.
내년 1월 2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가 끝나기 전 직접 관람하기를 권한다.

조은주 갤러리조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