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게임등급분류 활용법](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6/12/13/201612131705135239_s.jpg)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그것에 익숙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차이와 문화적 갈등을 낳기도 한다. 그런 가장 뚜렷한 예가 아마 게임을 둘러싼 부모와 자녀 세대의 갈등일 것이다. 이런 갈등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사단법인 다솜청소년마을의 설문에서 부모의 65%는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게임행동을 '전혀 지도할 수 없다'는 답이 14%, '지도하기 어려운 편이다'는 응답도 69%로 나타났다.
그래서 2000년 초 진행한 학부모 교육에서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직접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디지털기기를 다루는 것부터 어려워하는 부모들이 게임을 직접 해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러한 게임을 둘러싼 부모와 자녀 간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적극적인 게임물 등급분류'를 권하고 싶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할 경우 자녀의 연령보다 높은 연령등급의 영화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임도 이용의 연령등급이 있고, 내용정보표시가 있으므로 부모가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대화가 가능해진다. 모바일게임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마켓에서, 그외 다른 게임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서 게임의 이용등급과 내용표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부모가 등급이 적절한지 살펴보거나 등급수준이 유지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 본다면 아이 스스로 게임의 조절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이 '적극적인 게임물등급분류'다. 예를 들어 전체이용가 등급의 게임을 모니터링해 보고 전체이용가 등급이 적절한지 대화를 해본다면 아이 스스로 판단해 보게 해 판단능력을 키워주게 된다. 12세 등급의 게임에 '선정성' 내용정보표시가 되어 있다면 아이와 함께 왜 그런지 알아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눠 아이 스스로 조절능력을 키우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여러해 전에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유소년 등급심의회의를 열었는데, 초·중학생들이 전체이용가 신청게임을 시연해 보고 '7세 등급이 필요하다' '무기를 사용한다는 게 단점이다' 등의 의견을 제시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는 게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게임물 등급분류를 활용하기 위해서 게임을 직접 해봐야 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검색만 할 수 있다면 상당한 게임플레이 자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게임물 등급분류 체계는 다소 복잡하고 다양한 게임의 정보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며 무엇보다도 게임 이용자의 의견을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해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게임물 등급분류기관에서는 변화하는 게임에 발맞춰 각계 전문가와 학부모의 의견이 잘 반영되는 게임물 등급분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홍수를 막기 위해 무조건 둑을 높이 쌓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물이 순리에 맞게 적절히 흘러가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막기만 한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적극적인 게임물등급분류'를 활용해 아이와 대화하고 게임을 선용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면 게임은 아이의 삶을 돕는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김성심 다솜청소년마을 단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