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탁소에 옷 맡긴후 안찾아가…“수년전 세탁물 내놔라”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14 17:01

수정 2016.12.14 20:48

세탁업자 미수금.진상고객에 ‘울상’
"세탁~" "세탁~"

아침마다 들리는 세탁소 주인 아저씨의 목소리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림과도 같았다.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면 반갑게 문을 열고 그동안 쌓인 세탁물을 맡기곤 했다.

요즘은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한 건물이 많아 이 같은 고객 유치 행위가 어려운데다 프랜차이즈 세탁소가 늘어나는 등 세탁업계가 많은 변화를 맞았다. 이 처럼 세탁업계의 경쟁구도 속에 고객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미수금' '진상손님' 등으로 업체들의 말못할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안 찾는 세탁물..미수금으로 이어져

14일 세탁업계에 따르면 한 프랜차이즈 세탁소를 운영 중인 김영이씨(가명)는 최근 새로운 지역에서 세탁소 영업을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세탁물 처리에 앞서 고객에게 먼저 돈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고객의 경우 세탁물을 받을 때 지불하는 게 익숙하다고 해 김씨는 일부 고객에 한해서만 후불을 허용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세탁물을 맡겨놓고 정작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하나 둘 생겨난 것이다. 세탁물을 찾아가지 않으면 세탁소 점주 입장에서는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해 손실을 보게 된다. 이렇게 해서 김씨는 새 영업장에서 3~4개월만에 미수금 120만원을 떠안게 됐다.

세탁물을 찾아가라고 연락하면 전화번호가 바뀌었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전화연결이 돼도 이사를 해서 세탁물을 받으러 가기 곤란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래도 미수금은 입금해줘야 한다고 하니 버럭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세탁119협동조합 관계자는 "배달하는 업소는 세탁물을 바로 갖다주면 되기 때문에 재고물량이 별로 없다. 반면 손님이 직접 세탁물을 가져오고 찾아가는 곳은 재고물량이 많은 편"이라며 "프랜차이즈 업체가 선불을 원칙으로 하면서 선불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후불이 50% 이상인 실정"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 세탁물 내놔라" 진상손님도

세탁물을 찾지 않다가 뒤늦게 받아야겠다며 진상을 부리는 고객도 있다. 세탁물 인수증이 없는 것은 물론, 세탁물을 정확히 언제 맡겼는지 기억도 하지 못하면서 무작정 세탁물을 찾아내라는 식이다.

세탁업 표준약관에 따르면 고객이 세탁물을 맡긴 뒤 3개월 또는 회수통보 후 30일이 지나도록 회수하지 않으면 세탁업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 세탁업자는 세탁을 완료해 회수통지를 했는데도 통지일 다음날부터 7일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으면 요금 3% 한도 내에서 일단위 보관료를 물릴 수 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세탁물을 찾아내라고 떼를 쓰는 고객에게는 약관이 무용지물이다. 김씨는 "고객이 본사로 민원을 계속 제기하면 지점 평가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응대한다"고 털어놨다.


한국세탁업중앙회 관계자는 "법상으로는 맡긴 지 3개월이 지난 세탁물의 경우 세탁업자에게 보상 책임이 없지만 무작정 우기는 고객의 경우 대응책이나 개선방안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동네밀접형 장사여서 울며 겨자먹기로 대응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