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변함 없는 정부

지난 14일 K뱅크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본인가에 따라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다. 은행 신설은 1992년 평화은행(현 우리은행에 편입) 이후 처음이고, 인터넷은행은 이자로 디지털콘텐츠도 줄 것이라고 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서비스 경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이미 20년 전 인터넷은행이 등장했고, 규제대국으로 알려진 일본에도 15년 전 인터넷은행이 설립돼 영업 중이며 우리보다 뒤져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조차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돼 있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라 하기에는 정보기술(IT) 선진국이라고 자부해온 것이 부끄럽다.

그리고 인터넷은행도 은행법 규정에 따라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 보유는 4%로 제한돼 K뱅크나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KT나 카카오가 아닌 금융사들이다. 금융위는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산업자본 참여에 의한 사업확대나 금융서비스 다양화가 어렵다면서 국회에 조속한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서비스 융합이라는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한 제도개선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은행법을 탓하기 앞서, 지난해 말 인터넷전문은행 심사에서 사업 혁신성이니 해외진출 가능성이니 하는 주관적 기준으로 미인대회 심사하듯 희망업체들을 탈락시켜 스스로 산업자본의 금융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고, 최순실 영향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자초해 은행법 개정도 발목을 잡힌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보호나 시장안정을 위한 건전성 요건만 확보한다면 누가 인터넷은행을 할 것인지는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한편,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특허심사 결과도 대통령 탄핵 게이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관세청 심사기준은 보세구역 관리, 경영능력, 관광인프라, 중소기업 상생협력, 경제사회발전 공헌도 등이고 평가 결과 상위 3개 사업자에 면세점 특허를 준다고 한다. 누가 그런 평가를 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면세점을 누가 잘할지는 관세청이 심사하기보다 시장에 맡겨 관광객들이 선택하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면 차라리 면세점 특허권을 경쟁입찰로 판매하는 것이 옳다. 거창하게 심사하지 않더라도 특허권 판매수입으로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이 이루어지고, 그 수입으로 관광객들이 선택한 중소기업 제품 구입을 지원한다면 상생협력 노력을 심사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몇 개 신규업체들이 진출했고, 오랫동안 면세점을 운영하던 롯데와 SK그룹이 특허권을 잃었다.
관세청은 엄정한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자랑했지만 최근 밝혀진 것을 보면 권력의 재벌 줄세우기에 불과했다는 의심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재벌들을 줄세우며 공익성을 내세워 국민을 우롱하는 사기극은 대통령이 탄핵되는 마당에도 변한 것이 없다. 정부는 불필요한 개입으로 의혹을 낳고 사업자들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시장과 소비자에게 그 역할을 넘겨야 한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