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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가속페달 밟는 美..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진 韓

김유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15 17:50

수정 2016.12.15 21:55

한.미 엇갈린 금리 방향
美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 한은, 6개월째 금리 동결
초저금리시대 끝내는 美, 3년간 매년 세차례씩 올려
예상보다 인상 속도 빨라
운신 폭 좁아진 한은
금리 올리면 ‘경제 직격탄’.. 내리면 자본유출 우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내년부터 3년간 매년 세차례씩 0.25%포인트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했다.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선언한 것이다. 연준이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해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금리인상에 적극적인 통화정책 결정론자)'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14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0.50~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12월 9년여 만에 첫번째 금리 인상 뒤 1년 만에 나온 추가 금리인상이다.


금리인상 가속페달 밟는 美..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진 韓

■美 금리 정상화 드라이브

당초 올해 4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됐지만 연초 중국 경기둔화를 시작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미국 대통령 선거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이날에야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졌다. 연준은 이날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낙관적 경제전망을 내놓고, 이를 통해 앞으로도 추가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FOMC 위원들이 전망하는 금리 예상치 중앙값은 2017년 말 1.4%, 2018년 말 2.1%, 2019년 말 2.9%로 나타났다. 이는 내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미국 기준금리가 매년 세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된다는 것을 뜻한다. 내년 2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했던 9월에 비해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임을 시사한다.

FOMC가 내년 3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지만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과 금융시장 트레이더들은 내년 2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15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 트레이더들은 선물시장에서 내년 금리인상 베팅을 확대했지만 2차례 인상만 반영한 상태를 위지했다. 유력한 인상 시기로는 내년 6월을 꼽았다. HSBC는 "내년 3차례 금리인상은 이르면 3월부터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이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상 가속페달 밟는 美..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진 韓

■인상 vs.인하 갈림길 선 韓

미국이 기준금리 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자 한국 경제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은 경제의 체질 차이 때문이다. 저성장 국면에 놓인 한국 경제는 물가상승 압력을 견디기에도 약하고, 호황보다는 불황에 가깝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1년 만에 금리를 올리기로 한 데는 체질개선에 근거한 자신감이 있다.

통화정책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국의 고민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우리 통화정책 방향이 미국과 따로 갈 경우 자본유출이 시작될 수 있다. 자본유출은 보통 양쪽 금리 차가 1.5%포인트 수준일 때 시작되는 걸로 인식된다.

당장 한·미 금리 수준이 역전되진 않더라도 안전자산 확보 측면에서 투자매력이 더 큰 미국으로 자본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미국을 쫓아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간과할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치적 혼란, 경제 컨트롤타워에 대한 회의감 등도 최근 모든 경제정책에 압박을 준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 한국은행은 15일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급격한 외화유출 우려는 안한다"면서도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경제 하방요인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만큼 한은의 역할에 큰 관심이 쏠리는 시기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국은행은 금리 수준을 안정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장금리가 오를 땐 돈을 풀어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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